[ON+인터뷰] 파로(Pharoh), 달리고 또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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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가수 파로에게 포기란 없다. 그에게 음악은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돌파구이자 숨과 같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던 순간에도, 오로지 음악만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2011년 윤대장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한 그는 2013년까지 8개의 앨범을 발매하며 활동해왔다. 전 소속사에게 두 번의 사기를 당하며,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기도 했다. 누군가 자신을 주저앉힐 때마다 그를 존재하게 한 건 음악뿐이었다. 2014년 그는 윤대장에서 파로로 이름을 바꾸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 이름을 바꾸자, 모든 것이 0으로 돌아갔지만 그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최근 ‘서울살롱’을 통해 컴백한 파로를 만나 컴백 소감과 더불어 그의 음악 세계를 엿들었다.

“‘서울살롱’은 스스로도 90% 이상 만족한 노래예요. 9년 동안 연습하고, 좌절하고 버틴 실력이 나온 앨범이라고 만족하고 있어요. 나도 이정도의 앨범을 만들 수 있구나 싶었던 곡이죠. 당분간 이런 곡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로 제게 특별한 곡이죠.”

‘서울살롱’은 이태원에 위치한 ‘서울살롱’을 배경으로 쓴 곡이다. 그의 단골 술집이기도 하다. 파로는 앞서 지난해 3월 ‘연남동’이라는 곡에 이어 장소를 배경으로 또 하나의 곡을 탄생시켰다. 유독 장소를 배경으로 곡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도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음악은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이 아니에요. 음악을 만드는 이유는 남에게 주기 위한 앨범을 만드는 것이에요. 제 음악들은 진짜로 하고 싶은 진솔한 이야기. 실제 공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통해 즐거움을 드리고 싶어요.”

“‘서울살롱’은 제가 자주 가는 공간이에요. 이 공간에 대한 곡을 쓰게 된 계기는 여기에 오는 힘든 사람들을 보면서 저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금의환향한 사람도 오고, 실패한 사람들도 오는 공간이죠. 저 또한 금의환향해서 여기에 다시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힘들어서 온 사람도 이 음악을 통해 힘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 나는 펍. 이 곳은 실제 패션계 관계자와 뮤지션들이 자주 찾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파로의 친구가 서울살롱의 사장이지만, 그곳에선 파로의 ‘서울살롱’을 들을 수 없다. 이 공간은 암묵적으로 팝만 틀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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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롱’이 발매된 날 친구(서울살롱 사장)에게 음반을 가져다 줬어요. 이미 그곳에서 이 노래를 틀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친구도 ‘진짜 미안한데 최대한 홍보하겠지만, 가게에서는 못 튼다’고 말했어요. 저도 ‘너에게 도움 받으려고 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죠. 대신 그곳에서 뮤직비디오도 촬영하고, 라이브 공연도 했어요.”

‘서울살롱’을 처음 들었을 당시 파로만의 음악적 특색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시작부터 ‘지지직’거리는 질감은 최근 발매되고 있는 음악과는 다른 아날로그적인 음악 색깔을 리스너에게 전달한다.

“일부러 빈티지한 소리를 내기 위해 홈레코딩을 했어요, 요즘 음악의 질감은 모두 똑같아요. 믹스부터 마스터링까지 모두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거든요. 브라스부터 악기 하나하나 실제 연주를 녹음해 70년대 느낌을 살리려고 했어요, 해외 아티스트들은 질감을 굳이 만지려고 하지 않아요. 이런 질감을 가진 래퍼가 국내엔 아직 없고요. 공식적인 명칭은 아니지만, 해외에서는 헐리우디팝 장르라고 불러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힙합 스타일이고, 그 질감을 따라가고 싶었어요. 다른 음악과 파로의 음악은 다르게 들리고 싶었던 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해요.”

특히 요즘 래퍼들은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려 한다. 하지만 파로는 ‘서울살롱’을 통해 모두가 기분 좋게 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아마 많은 이들이 서울살롱의 존재를 모를 겁니다. ‘서울살롱’은 서울에 있는 살롱이라고 생각하고 쓴 노래예요. 가상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모두 힘내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제 음악적인 모토가 ‘듣는 사람들의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음악’이거든요. 어두운 음악을 하니까 제 인생이 어두워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변화를 주고 싶었고, 새 소속사를 만나며 많은 것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파로는 데뷔 당시 윤대장이라는 활동 명으로 음악 시장에 발을 디뎠다. 3년 동안 활동하며 소속사로부터 사기를 당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마피아레코드로 새롭게 둥지를 트며 그는 윤대장에서 파로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을 바꾸는 것에 있어 고민을 했었죠. 다시 음악을 하고 싶은데, 음원을 유통하기 시작하게 되면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할 때 매출을 기준으로 홍보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윤대장 당시 매출이 안 나와서 홍보를 못 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도 이름을 바꾸고 싶었던 찰나여서 결정하게 됐죠. 여러 가지 후보가 있었는데 어감이 좋은 파로로 가기로 했어요. 검색해 보니 파라오의 어원인 지배자라고 하더라고요. 음악을 지배하자는 뜻으로 다시 출발선에 서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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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피아레코드 제공

이름을 바꾸자 음악적으로도 변화가 생겼다. 어두운 음악에서 벗어나 기분 좋은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은데, 어두운 음악을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언젠가 기분 좋은 노래로 길거리에서 공연을 했는데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은 거예요. 음악이 잘 되고 안 되고 어차피 똑같다면, 기분 좋은 쪽으로 가자고 스스로 다짐한 것 같아요. 점점 기분 좋은 힙합을 하며, 다른 음악과 차별화를 두게 됐어요. 모두가 하는 음악을 따라하고 싶지 않았어요.”

앞만 보고 달리다 넘어졌고,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출발선으로 되돌아가 긴 레이스를 다시 시작했다. 파로만의 길. 누군가 자신을 앞질러가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생겨도 넘어설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바로, 자신의 음악을 믿고 그의 음악을 들어주는 이들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앞으로 저만의 차별화된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더운 여름에 저 혼자 패딩을 입는 건 아니에요.(웃음) 대중과 대중이 받아드릴 수 있는 힙합을 하고 싶어요. ‘서울살롱’을 들었을 때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제가 음악을 하면서 변화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것처럼, 파로의 음악을 듣는 분들의 기분이 좋아지고 파로만의 음악색깔을 알아주신다면 전 그걸로 충분해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yunhj@enteronnews.com /디자인 정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