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더블킥엔터테인먼트 대표이자 작곡가 이단옆차기로 활동하고 있는 박장근은 현재 Mnet ‘서바이벌 모모랜드를 찾아서’를 통해 걸그룹을 기획하고 있다.
‘모모랜드’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꿈과 희망으로 초대한다는 콘셉트를 가진 그룹이다. 이단옆차기를 비롯해 라이머, 신사동호랭이 등 프로듀싱 어벤져스가 모여 더블킥컴퍼니 10인의 연습생과 데뷔를 목표로 달려나가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9월 3000명 앞에서 최종 미션 무대를 연다.
Q. 내 음악이 아닌 타 가수의 가사를 써줄 때 작업 방식은?
“한 가수의 가사를 쓸 때는 상황마다 달라요. 지금 이 가수가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그 입장을 자연스럽게 많이 생각해요. 가사 의뢰가 들어오면 누구나 그렇게 하듯 분석을 많이 하죠. 팬카페 가입도 하고 ‘팬들이 원하는 가수의 모습은 이런 거구나’ 하고 분석을 많이 해요. 작사만 놓고 볼 때 써야 할 가사가 발라드라고 한다면 한 장면을 묘사해서 풀어야 하는지, 기승전결의 이야기로 풀어야 하는지 등을 계산하고 계속 노래를 들어요. 그러다가 이건 어떤 순간의 이야기를 노래해야 되겠구나 하면 그 상황을 떠올리면서 멜로디에 어울리는 노랫말이 뭐가 있을지 생각하면서 쓰죠. 특히 멜로디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는 것 같아요.”
Q. 스토리 구성을 할 때 영감을 주로 어디서 받는지?
“정확히 어디서 영감을 받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음악 외적인 부분도 가사의 소재가 될 수 있어요. 책을 읽다가 혹은 영화를 보다가 소재가 떠오를 수 있죠. 많은 분이 작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봐요. 작사가, 작곡가, 리스너 모드가 다 다른 것 같아요. 만약 작사가라면 길 가다가 본 가로등을 보고도 생각할 수 있겠죠. 항상 켜져 있던 건데 불이 꺼져 있으면 왠지 쓸쓸하고 외롭고. 단어 하나만으로도 불 꺼진 가로등이 내 맘 같다고 표현할 수도 있잖아요. 전에는 여자 친구랑 다툴 때 ‘넌 영혼이 없어’ 이러면 ‘영혼이 없어?’ 하고 기억해두기도 했어요.(웃음) 이런 모든 것들이 다 가사화되는 것 같아요. 실생활에서 겪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Q. 수많은 히트곡이 있는데 그 비결이 있다면?
“다양하게 하려고 했던 게 비결인 것 같아요. 예전에 곡 의뢰를 받을 때 제작자들이 항상 정확한 요구 사항을 줬던 경우가 있어요. 어떤 식으로 해달라고 하는데 저는 그 틀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제작자의 의도가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걸 해주면 돼요. 들었을 때 더 좋으면 되니까요. 전 그렇게 생각했어요. 제작자가 생각하는 건 좋은 음악이지 어떤 요구 사항에 따라 쓴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Q. 작사가는 또 다른 일과 병행하는 것이 가능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지?
“작사가는 다른 일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분은 예전에 하루에 11개씩 가사 쓰는 걸 봤어요. 하루에 7번 거절을 당했는데 같은 멜로디에 주제를 다 다른 가사로 쓰더라고요. 안 된다고 생각하기보단 된다고 생각하면 다 되는 것 같아요.”
Q. 가사 쓸 때 중요한 건 센스다. 작사 센스는 타고나는 걸까?
“가사를 잘 쓴다는 건 타고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무언가에 관심이 있다는 것 자체도 타고났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똑같은 표현 안에서 색다른 색을 내는 게 좋은 가사인 것 같아요. 음악을 많이 들어보고 개사를 많이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 개사하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동요, 가요, 팝송까지 말도 안 되는 노래들에도 개사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프리스타일로 랩을 하면서 가수를 꿈꾸고 가수를 한 다음에 멋있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전에도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듀스의 현도 형을 보고 꿈을 품게 됐어요. 저 같은 경우는 힙합을 좋아했고, 래퍼라면 자기 가사를 써야 했어요. 프리스타일 랩도 하고, 다른 노래에 내 가사를 입히고 했던 것들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다른 사람의 플로우를 따서 내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발음 디자인을 했던 게 되게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Q. 곡 작업도 꾸준하게 하지 않으면 감을 잊는다?
“그냥 일상화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작사를 안 하고 있어도 뭔가 생각나면 메모장에는 항상 써놓잖아요. 이런 것처럼 가사나 표현이 떠오르면 적어두기도 하고 최대한 녹슬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기존에 나온 노래도 다 분석을 해야 돼요. 이미 나온 노래는 기존 틀이 있기 때문에 재구성하는 게 쉬워 보이지만 영어 가이드가 나온다면 어디서 끊어줘야 될지 여기는 어떤 걸 넣어야 할지 힘들거든요. 평소 가사를 보면서 하는 훈련들도 필요하다고 봐요.”
Q. 좋은 가사란?
“가수랑 잘 맞는 가사가 좋은 가사인 것 같아요. 가수가 불러야 하는 건데 가수한테 맞는 옷을 입혀줘야 하잖아요. 새로운 콘셉트를 주더라도 연구가 필요해요. 예를 들면 가수가 평소 원하던 스타일이나 그 사람이랑 맞지 않는 어투는 조심해야 하는 것 같아요. 평소 가수를 볼 때 잘 안 되는 발음 같은 것도 유심히 지켜보는 편이에요.”
Q. 가사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면?
“가이드 자수에 맞고, 스토리가 좋은 건 기본적인 것 같고 분명히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어야 해요. ‘콘셉트’냐 아니면 ‘공감’이냐. 테마가 명확하게 있고 제목부터 딱 들었을 때 ‘이거 뭐야’ 할 수 있는 가사요. 이게 분명하다면 입이 안 맞고, 조금 부족해도 제작자로서는 이 콘셉트를 살리고 가사를 수정해서 나올 수 있거든요. 옛날에는 음악 하는 형이랑 하루에 100개씩 제목 쓰기를 숙제로 내기도 했어요. 제목만 한다고 해도 아무거나 할 수는 없으니까 제목에 대한 이유가 다 있어야 했죠. 그만큼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제목이 중요한 것 같아요.”
Q. 앞서 가수를 연구한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들이 필요한지?
“가수의 노래를 많이 듣고 포지션이 어떤지, 이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부류인지, 어떤 음악을 이 사람에게 기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만약 가수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전에 이야기했던 부분들이나 그 사람이 평소 해보고 싶던 코드랑 맞으면 더욱 좋겠죠.”
Q. 내가 쓴 가사가 객관화되지 않을 때 팁을 주자면?
“객관화가 안 될 때는 모니터가 최선이에요. 전문가한테 주면 가사에 대한 분석을 하니까 아무한테나 보여주는 게 좋아요. 가사는 글로만 봐서는 모르기 때문에 저는 직접 불러줘요. 부르는 맛이 있으니까요. 글로 봤을 때는 깔끔한데 부르면 단점 같은 것들이 보여요. 노래를 못 부른다고 해도 계속 불러봐야 발음 디자인이 돼요.”
Q. 마지막으로 작사가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가능할까요?’ 묻기보단 가능해야 해요. 자기 자신을 한계에 자꾸 몰아붙여야지 프로의 세계로 나갈 수 있어요. 이건 죽어도 안 될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보면 돼요. ‘이걸 해냈어? 이게 말이 돼?’ 하는 순간이 결국 와요. 단시간에 많은 가사를 쓰다 보면 디테일적인 부분이나 의미 부여를 하는 면에 있어 놓치는 것들이 있을 수 있지만 계속 끊이지 않고 가사를 써보는 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는 것 같아요. 또 저희 ‘더블킥컴퍼니’에 작사가를 지원하면서 가사를 보내주는 분들이 많은데 이 방법은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가사를 보내려면 개사를 해서 보내줬으면 좋겠어요. 글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모호하거든요. 팝송으로 개사해서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 / 디자인 : 정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