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기획┃스포츠 이벤트와 대중문화①] 가요계와 극장가, 올림픽ㆍ월드컵은 공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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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대중문화계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대형 스포츠이벤트가 있는 기간에는 잠시 모든 활동을 중단시키거나, 축소시켰다. 국민의 관심사가 대부분 스포츠이벤트로 쏠리며 가수들의 신곡이나 새로 나온 영화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기 때문이다.

업계가 이런 대형 스포츠이벤트 기간을 두려워하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였다.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은 예상을 뒤엎고 4강까지 진출했고, 온 국민이 월드컵 열풍에 휩싸였었다.

이로 인해 비슷한 시기 앨범을 발매하고 활동하던 가수들은 별다른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피해를 본 가수로는 임창정을 꼽을 수 있다.

임창정은 지난 2002년 5월 정규 9집 ‘구집(鳩集) : C.J.2002’를 발매한 후 발라드 ‘슬픈 혼잣말’을 타이틀곡으로 앞세워 활동을 시작했다. 초반 기세는 좋았다. 5월 한 달 동안에만 20만 장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6월 들어 월드컵이 개막한 후 한국 대표팀의 선전이 이어지자 임창정의 노래를 향한 관심은 뚝 끊겼다. 한 달 만에 음반 판매 수치는 폭락했고, 결국 임창정은 ‘슬픈 혼잣말’ 활동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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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엔터온뉴스 DB, SM엔터테인먼트 제공, LUV 앨범 재킷

당시 임창정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발라드 가수들이 월드컵 열기에 부진을 면치 못했고, 같은 시기 활동했던 신인 아이돌 그룹도 마찬가지였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H.O.T와 신화 이후 야심차게 내세웠던 보이그룹 블랙비트를 비롯해 배우 오연서와 전혜빈이 속했던 걸그룹 러브,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의 부인 이은주가 속한 걸그룹 스위티 등도 당시 발매한 단 한 장의 앨범만 남기고 사라졌다.

당시 개봉했던 국내 영화들도 월드컵 여파를 피하지는 못했다. ‘일단 뛰어’, ‘네 발가락’, ‘후아유’, ‘해적, 디스코왕 되다’, ‘뚫어야 산다’ 등이 월드컵 기간 개봉했지만 모두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2002년 이후 열린 올림픽이나 월드컵 시기, 가요계나 극장가는 당시만큼의 악조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일 월드컵 당시의 트라우마가 워낙 컸던 업계 관계자들은 이때부터 대형 스포츠이벤트 기간에 가요 활동이나 영화 개봉을 본격적으로 기피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기간을 넋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몇몇 가수들은 제 2의 ‘오 필승 코리아’를 기대하며 아예 스포츠이벤트 기간을 겨냥한 응원가를 만들어 활동했다.

밴드 버즈는 2006년 독일 월드컵 기간 동안 응원곡 ‘레즈 고 투게더(Reds Go Together)’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트랜스픽션 또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승리를 위하여’, ‘승리의 함성’ 등의 응원가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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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신의 한 수' 스틸컷

시간이 흐를수록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방대해지면서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관심도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행사 개최지와 국내 시차가 크게 차이 나면서 업계 관계자들도 대형 스포츠이벤트 기간을 신경 쓰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케이스가 많아졌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여전히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가수들의 활동에 있어 신경 쓰이는 부분이고 염두에 둬야한다”며 “다만 한국과의 시차도 꽤 있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기간과 상관없이 앨범 콘셉트에 맞는 기간에 활동하는 게 더욱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이벤트를 전략적으로 마케팅에 이용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진행되던 시기 개봉했던 영화 ‘신의 한 수’ 배급사 쇼박스는 한국과 벨기에의 경기 스코어를 맞추면 VIP 시사회 초대권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쇼박스의 적극적인 홍보 전략 덕분인지 ‘신의 한 수’는 개봉 시기가 월드컵과 겹쳤음에도 356만 명이 넘는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할 수 있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