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1-3 건물 옆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에반스라운지라는 라이브 클럽이 있다. 보통 라이브 클럽을 떠올리면 록 스피릿이 물씬 풍겨지는 어두컴컴한 공간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에반스라운지는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따뜻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 먼저 든다. 관객들이 앉는 원형 테이블 위에는 양초가 켜져 있고, 무대 위에는 피아노와 드럼, 기타 등의 악기가 놓여 있다.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관객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채웠다. 이날 공연 라인업에는 플레이모드와, 김거지가 올라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무대를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에반스라운지 매니저 박성자다.
그는 2012년 7월 1일 홍대신에 처음 들어왔다. 공연기획자로서 4년째 활동 중이다. 음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던 그는 우연히 밴드 내 귀의 도청장치를 알게 되고 전혀 다른 인생을 시작됐다. 스스로를 ‘덕후’였다고 말할 정도로 밴드에 빠진 그는, 공연을 보러 다니며 여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런 밴드들이 함께 공연하면 어떨까?’, ‘이런 콘셉트로 공연하면 어떨까?’ 생각만하던 중 직접 하고 싶다는 결심이 섰고, 공연장 오뙤르에서 기획자로 활동하게 됐다.
“홍대 신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에 비하면, 저는 오래되지 않은 편이에요. 4년 동안 느낀 건, 모두가 공감하시고 계신 것 중 하나. 라이브 클럽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이에요. 제가 처음 일했던 오뙤르도 없어졌고, 많은 공연장들이 사라졌어요. 하지만 새로 생기는 곳도 많죠.”
“덕후에서 출발한 사람이기 때문에, 관객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공연을 필요로 할까 많이 고민했어요. 평일과 주말의 경계가 뚜렷하기 때문에, 평일에도 관객들이 공연장을 찾아줘야 활성화가 된다 생각했고요. 그런 의미에서 시작한 것이 클럽FF와 에반스라운지에서 진행하는 ‘먼데이 프로젝트’예요.
박성자 매니저는 월요일에 열리는 ‘먼데이 프로젝트’ 외에도 ‘몬스터리 시리즈’, ‘블루밍 어쿠스틱’, ‘라운지락 시리즈’, ‘액티브 재즈’, ‘그랜드 피아노 데이’, ‘폼나는 그녀’ 등 다양한 시리즈 공연을 기획 중이다. 타이틀에 맞춰 밴드 및 뮤지션을 섭외해 평일부터 주말까지 매일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라인업을 짜는 기준은 전체적으로 팀과 전체적인 음악스타일이 어울리는 뮤지션을 찾아요. 음악 스타일로 케미가 날 수 있는 뮤지션들을 제일 먼져 생각하죠. 때로는 장르적인 부분이 될 수 있고, 분위기가 될 수 있어요. 전체적으로 케미가 날 수 있는 라인업을 구성하는 편이에요.”
박성자 매니저는 자신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힘들다는 홍대신으로 뛰어들었을까.
“라이브 클럽이 갖고 있는 사명감이라고 생각해요. 라이브 클럽이 해야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꿈꾸는 건 클럽들이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봐요. 저는 그런 사명감이 있는 역할이기에 어떻게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가져야 할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기획하게 된 것이 공연 블랜딩이에요”
박성자매니저는 자신이 기획한 공연 중 ‘몬스터리 시리즈’를 언급하며, 이를 통해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실력은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 공연을 통해 뮤지션들의 음악을 많은 이들이 들을 수 있길 바랐다.
“몬스터리 시리즈는 몬스터와 미스터리의 합성어에요. 괴물같은 신인들의 라이브를 들려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었어요. 실력은 확실하게 있지만,실력이 확실하게 있는 뮤지션들을 섭외해 열고 있어요. 공연이 항상 좋으면 관객들 또한 공연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고 찾아오길 바라고 있어요. 밴드가 아닌 공연을 보고 관객을 오게끔 해야,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그는 평일과 주말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블랜딩 공연에서부터 시작 된다. 보통 신인 뮤지션들이 평일 공연에 오르고, 좀 더 알려진 뮤지션들이 주말 공연에 서게 되면 ‘평일엔 실력 없는 팀이 하는 구나’라는 편견이 서기 마련이다. 박성자 매니저는 이런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주말에 여는 공연을 평일로 옮겼다.
“평일과 주말의 경계가 공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관객들은 신인이기 때문에 평일에 공연을 하고, 주말엔 괜찮은 팀이 한다고 편견을 가지면 이 신은 점점 힘들어 질 거예요. 그래서 ‘먼데이 프로젝트’를 만들게 됐고, 공연 블랜딩을 통해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고, 서포팅하는 것들을 하고 있어요.”
특히 지난해 EBS 스페이스 공감 이달의 헬로루키와 K-루키즈 대상을 수상한 보이즈 인더 키친은 ‘몬스터리 시리즈X먼데이 프로젝트’ 1호 출신이다.
“신기하게도 ‘몬스터리 시리즈’에 나온 뮤지션들은 그해 입상을 하게 되더라고요. 성적도 좋고, 신에서 주목 받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을 느껴요. 뮤지션들이 잘 되면 그만큼 좋은 게 어디있겠어요.”
그렇다면, 박 매니저의 섭외 기준은 무엇일까. 앞서 밝혔듯이 뮤지션간의 케미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지만, 신인 뮤지션의 경우는 섭외에 한계가 있다.
“새로 발매되는 음악을 다 들으려고 직업적으로 노력하지만, 힘들기도 해요. 다행이 메일이나 에반스라운지로 앨범을 보내주면 접하게 돼죠. 그로 인해 잘 몰랐던 뮤지션을 알게 되고, 그들의 음악을 접하게 돼요.”
“음악을 듣고 평가하는 기준은 없어요. 애매한 부분이기도 해요. 음악을 들었을 때 그냥 ‘좋다’는 감정으로 판단하는 것 같아요. 좋은 음악이라는 것이 멜로디가 인상적인 경우도 있고, 가사가 먼저 들릴 때도 있고, 무드가 독특할 때도 있어요. 또 그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음악도 있어요. 공통된 건, 어떤 음악이든 간에 좋으면 되는 것 같아요.”
이제 공연기획자로 4년차에 접어든 박 매니저가 지향하고 있는 공연은 무엇일까. 그가 이루고 싶은 최종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어떤 장르의 한정적인 공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가 보고 싶은 공연을 만들고 싶어요. 저는 덕후였으니까, 관객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분들과 출발점이 다른 것 같아요. 팬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만족하는 공연은 사람들도 만족한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런 공연을 만들고 싶은 욕시이 있어요.”
그가 생각하는 공연기획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같다. 설계하는 것처럼 음악 타이틀에 맞는 콘셉트를 짜고, 그에 맞는 뮤지션을 구성하고 관객들에게 메시지나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하게 하는 것. 무대와 관객 사이에 서있는 박 매니저가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직업이에요. 힘들 때가 있다면 혼자 해야 하는 일이 많아서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동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요. 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데 접을 수밖에 없을 때. 좋은 공연을 만들었는데 관객이 오지 않을 때가 힘든 것 같아요.”
박 매니저는 현재 ‘먼데이 프로젝트’를 2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먼데이 프로젝트’ 서포터즈를 하께 진행했다. 라이브 클럽을 좋아하고, 밴드를 사랑하는 관객 혹은 팬들이 함께 모여 공연 기획을 직접 경험해 보는 취지에서 만들게 됐다. 벌써 7기째 서포터즈를 운영 중에 있으며, 이들은 3개월이라는 활동 기간 동안 박 매니저와 함께 ‘먼데이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서포터즈 출신 중에 이쪽 신에 입사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뿌듯함을 느끼고 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목표 중 하나가, 홍대 신에 새로운 젊은 인재들이 수혈되길 바라는 점이에요. 제가 직간접적으로 연결고리를 만들고, 판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이제 겨우 2년 정도 씨 뿌리는 작업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있어요.”
박 매니저는 자신이 뿌린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많은 사람들이 라이브 클럽을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화 보러 가자’라는 말처럼 ‘라이브 공연 보러가자’라는 말이 나오는 문화가 생겨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한 가지 바라는 건, 홍대 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대우와 갖춰진 시스템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요. 뮤지션들은 그저 좋은 음악을 만들어, 저희와 으쌰으쌰 함께 의기투합했으면 좋겠어요.”
박 매니저는 ‘먼데이 프로젝트’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다급해졌다. 공연장 앞에 놓여있는 라인업 판넬을 직접 세우고 최종 점검에 나섰다. 혹여나 공연에 방해가 될까 공연장을 나서는 기자에게 꼭 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는 정말 다양한 음악과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 있어요. 그리고 그들을 라이브 클럽에서 직접 만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뮤직 피플이라면, 라이브 클럽으로 오세요. 뮤지션과 직접 호흡하며 그들의 라이브 속에서 또 다른 감동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yunhj@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