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여성 스포츠는 남성 스포츠에 비해 비주류 대우를 받는다. 게다가 아이스하키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아이스하키 팀은 그런 편견과 맞섰고, 영화 ‘국가대표2’는 그들의 뜨거운 순간을 담아냈다.
1999년, 한국은 강원 동계아시안게임을 유치하기 위해 최초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만든다. 급조해서 만든 이 팀에는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탈북자 지원(수애 분)을 필두로 쇼트트랙에서 강제 퇴출당한 채경(오연서 분), 빙판에 서고 싶어 하는 아줌마 영자(하재숙 분), 시간외 수당을 위해 선수로 나선 아이스하키 협회 경리직 미란(김슬기 분), 전직 피겨요정이자 ‘취집’으로 인생 반전을 꿈꾸는 가연(김슬기 분), 최연소 국가대표 꿈나무 소현(진지희 분)이 모인다. 여기에 말만 번지르르한 국대 출신 감독 대웅(오달수 분)까지 합세했다. 말 그대로 오합지졸 모임이 탄생한 셈이다.
영화에서 여배우들의 이미지 변신이 눈에 띈다. 수애는 그동안 보여줬던 단아한 모습이 아닌 단단한 정신과 체력을 가진 인물로 분해 멤버들을 이끌어 나가고, 오연서는 자존심 강한 캐릭터로 문신과 숏컷을 통해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였다. 김예원-김슬기 콤비는 술 취한 연기 등으로 케미스트리를 뽐낸다.
이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처음에는 협회가 대책 없이 이들을 모으는 과정을 그렸고, 이후에는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8인의 모습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다소 뻔한 유머 코드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이어지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은 관객을 집중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다.
감독은 스포츠 영화답게 경기 장면에 엄청나게 공을 들였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으로 야구 경기의 박진감을 선사했던 김종현 감독과 ‘곡성’ ‘설국열차’에서 생생한 현장감을 담아냈던 홍경표 촬영 감독이 모여 제대로 된 스포츠 영화를 그려낸 것이다. 스케이트로 빙판을 제치고 상대의 골망을 향해 나아가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영화가 아닌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하다.
긴 경기 장면이지만 스피드가 그대로 전달돼 지루할 틈이 없다. 슬로우 모션과 클로즈업을 통해 배우들의 감정을 풍부하게 보여줘 뭉클함마저 전한다. 특히 ‘국가대표1’에도 출연했던 배우 조진웅과 배성재 아나운서가 경기의 캐스터와 해설자로 나서 실감나는 장면을 만들었다.
뒤를 이어서는 수애와 박소담이 극을 이끈다. 애틋함을 자아내는 둘의 숨겨진 이야기는 세련된 느낌은 아니지만 눈물을 쏙 뺀다. 신스틸러로 활약한 박소담 연기 역시 잊을 수 없다.
배경음악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몇 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인상적인 OST로 꼽히는 ‘국가대표1’의 ‘버터플라이’부터 ‘미녀는 괴로워’의 ‘마리아’ 등을 만들었던 이재학 음악감독이 다시 한 번 나서 영화를 꽉 채워준다. 오는 10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