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통합포인트 서비스 출시에 나서면서 계열사를 통한 고객 유치전이 과열되고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유치경쟁에 이어 잇따른 고객 할당량에 금융사 직원들은 피로를 호소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실태 파악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 7개사의 통합포인트 서비스 `신한 FAN클럽`이 지난달 1일 출시된 후 일부 계열사에서 창구 직원들에게 150~200명 회원을 모집하라고 의무 할당 실적을 배분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등 영업점 창구가 있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지점에 멤버스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실적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현장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통합포인트 멤버십은 같은 금융그룹 계열사인 은행, 카드사, 증권사 등에서 얻는 포인트를 통합해서 적립해 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직원들은 `이미 신한FAN을 설치한 고객` `신한카드 보유고객` `신한카드 미보유고객`에 따라 멤버스 앱 설치 방법을 설명하고 자신의 사번 6자리를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친인척, 지인들에게 전방위로 배포하고 있다.
신한은행 한 직원에 따르면 “인터넷 블로그에 직원 부인이 자신의 남편 사원번호를 제시하며 앱 설치를 부탁하는 글까지 올리고 있다”며 “앱에 익숙지 않은 팀장급은 아래 후배들에게 자신 할당량을 대신 채워달라고 압박까지 하는 탓에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고객 유치 할당으로까지 경쟁이 번지지만 금융당국은 실태파악에 무관심한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는 “고객 유치 할당량에 관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시된 지 한달 남짓한 신한 FAN클럽 가입자는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빠르게 늘고 있다.
FAN클럽은 신한카드 이용실적뿐 아니라 신한그룹 내 다른 금융사(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신한캐피탈, 제주은행, 신한저축은행)를 이용했을 때도 포인트가 적립된다.
적립된 포인트는 온·오프라인 카드 결제 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고 예·적금, 펀드, 보험료 납입 등에도 쓸 수 있다는 것이 신한금융의 설명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자사 통합 멤버스 `하나멤버스`와 관련해 일부 계열사가 중고생 대상으로 가입을 받아 학부모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금감원으로부터 구두경고를 받기도 했다.
지난 10월 출시한 하나멤버스는 최근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했다. 하나금융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가입유치에 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멤버스 앱 유치 실적이 핵심성과지표(KPI)와 연동되면서 직원들의 유치경쟁이 더 치열하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일부 계열사에서 과열된 양상이 나오기도 하지만 하나멤버스도 은행영업활동의 일환일 뿐”이라며 “외환은행과 합병을 이뤘지만 여전히 타행보다 고객 텃밭이 작기 때문에 고객 유치전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우리은행의 통합 멤버스 `위비멤버스`도 KPI와 연계되면서 고객 유치전에 불이 붙었다.
부산은행도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롯데그룹과 제휴해 통합포인트를 사용하는 `썸뱅크`를 출시해 고객 모집 경쟁에 가세했다.
이렇게 금융권이 통합멤버십 서비스 과당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자사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목적뿐 아니라 마케팅 활용을 위해서다. 멤버십 앱을 설치할 경우 마케팅 수신 동의까지 자연스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멤버십 고객이 결국 여·수신 관련 은행고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모바일을 통한 금융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고객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라고 부연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