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태상호 기자의 작품 속 무기] 군사전문기자가 보는 영화 ‘인천상륙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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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대중문화부] 인천상륙작전을 영화화 하려는 시도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고, 할리우드 거대 자본조차 심각한 고려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6.25라는 전쟁 자체가 영화로 쓰기엔 너무 어두운 주제고 2차 대전 이후 이데올로기가 극한으로 대립한 비극의 현장을 담아야 하는 부담감 때문인지 지상 최대의 작전이라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버금가는 엄청난 스케일의 군사작전이며 전세를 뒤집은 극적인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영화화 되지 못했다. 물론 국내와 북한에서 작은 스케일이나마 인천상륙작전을 영화화 된 적은 있지만, 그다지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다.

최근 상영된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 전 과정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KLO부대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이다. 물론 실제작전에서 모티브를 받았을 뿐 실제 작전과는 많은 부분이 상이하다. KLO 8240부대 자체가 미8군 산하 극동군 연락소로 ‘KLO 에이전트’라고 불리는 특수공작원(흔히 말하는 첩보요원, 대부분 비무장으로 침투)과 도서지역에서 무장 게릴라전을 전개한 유격군(통키, 백마 등등)이 모여 만들어진 부대로 유격군을 제외하고는 무력을 투사하는 집단보다는 정보를 수집하는 정보원에 가까웠다.

현실이 각색되기는 했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현실성으로 따지면 첩보영화의 최고봉인 007 시리즈와 제이슨본 시리즈도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전문적인 영화 평론가들의 엄청난 혹평에 사실 영화관을 찾는 게 좀 망설여졌다. 게다가 이재한 감독의 전작인 ‘포화 속으로’는 그의 다음 작품에 대한 큰 기대를 갖지 못하게 할 만큼 완성도가 낮았다.

전쟁영화 애호가이자 군사전문기자가 본 ‘인천상륙작전’은 이재한 감독의 전작보다 그리고 영화 평론가들의 혹평보다는 볼만하다는 게 개인적인 소견이다. 약간 정신없는 부분이 없진 않지만 전쟁이라는 긴장감을 나름 살리려고 노력했고 특히 총기 분야 고증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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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져 C96 레드9 모델과 전용 클립

북한군 인천방어사령관 림계진 총좌역의 이범수는 극중에서 마우져 C96(Mauser C96) 권총을 애용한다. 북한군에게는 모제르 권총으로 흔히 불린 이 권총은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거쳐 그 이후에도 사용된 생명력이 긴 권총이다. 극중 소련파로 알려진 림계진이 이 권총을 사용하는 것은 무리 없는 선택이었으며 실제로 2차 대전 당시 많은 수의 소련군 장교들이 이 권총과 토카레프 권총을 병용했다. 단 영화에서 림계진이 재장전을 할 때 전용 클립을 이용해 신속히 장전하지 않고 한발, 한발 수동으로 장전을 하는 장면이 몇 번 나오는데 이게 영화상 설정 때문에 일부러 집어넣은 장면인지 아님 클립을 구할 수 없어서 그냥 수동으로 넣었는지 알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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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수PPSh41 (실제로 625 기간 동안 KLO 부대원들은 노획총기를 폭넓게 사용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해군 첩보부대 장학수 대위 역에 이정재는 6.25참전 용사들에게 따발총 혹은 파파샤라고 알려진 PPSh41 기관단총과 토카레프 TT33 권총을 주로 사용한다. 두 총기 모두 625 당시 북한군에게 널리 쓰인 총기이고 장교는 권총만으로 무장한 경우가 있었고 PPSh41은 71발에 달하는 장탄수로 인해 일반 사단의 병력들은 물론 자동총중대(화력중대)에는 PPSh41로만 무장한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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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반적으로 북한군과 KLO부대원 모두 북한군 총기를 주력으로 사용하고 KLO부대원들은 북한군 총기와 미군 총기를 병행 사용하기도 한다. 북한군 총기는 위에 기술한 PPSh41 기관단총, 토카레프 TT권총, M1891/30 모신-나강 소총을 사용하고 한국군 총기는 M1919A4 30구경 기관총과 M1 카빈 소총을 주로 사용한다.

앞서 기술한대로 이 영화에 총기 고증은 크게 문제가 없으며 탄창을 교환하는 모습이나 사격을 하는 모습 역시 크게 문제가 없다. 단 대부분의 현대 군용총기가 탄피가 옆으로 적출되는 반면 PPSh41은 탄피가 위로 적출이 된다. 따라서 익숙하지 않은 사수는 탄피 적출 시 눈을 뜬 채로 쏘기 힘들며 영화에서도 이런 장면은 쉽게 볼 수 있다.

이 영화에 옥의 티를 보자면 총기보다 배역과 무리한 설정에 있다고 본다. 간호사 한 채선역의 진세연의 존재는 영화 내내 이질감이 심하다. 배우의 연기 문제가 아니고 본질적으로 왜 그 배역이 영화상에 존재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카메오식으로 출연한 북한군 역의 추성훈 역시 도대체 왜 그 배역이 영화에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월미도 비밀기지 습격 장면에서 장학수는 탈취한 SU76 자주포로 그리고 장학수를 저지하기 위해 탱크를 타고 출동한 림계진이 T34전차에 탑승한 모습은 오락게임 베틀필드 시리즈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현실감을 실종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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