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영화 View] 시리즈물 배우들, 꼬리표에 달린 딜레마와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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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해리포터'&'제이슨본'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할리우드 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10년 간 해리포터로 살았다.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은 14년 전부터 제이슨 본으로 살고 있다. 휴 잭맨은 '엑스맨'의 울버린으로 17년을 살았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8년 간 ‘아이언맨’으로 살고 있다. 이들의 또 다른 이름인 해리포터, 제이슨 본, 울버린, 아이언맨은 아마 평생토록 그들을 따라다닐 것이다.

캐릭터를 통해 붙은 꼬리표는 배우와 작품에게 장ㆍ단점을 준다. 작품 입장에서는 장점이 더 크다. 시리즈 1편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가 다음 편에 그대로 출연을 한다면 기대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 전편 자체가 큰 광고이기 때문에 따로 크게 홍보할 필요도 없다. 마니아층이 생성되면 하나의 작품의 구매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상품(후속편)의 구매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익이 보장되는 것이다.

배우 입장에서도 캐릭터를 연기할 때 익숙한 상황이다 보니 편안하게 찍을 수 있다. 해당 배우는 그 캐릭터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인물이기도 하다. ‘맷 데이먼 is 제이슨 본’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배우가 바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맷 데이먼이 다섯 번째 ‘본’ 시리즈로 돌아왔다. 1~3편으로 이미 많은 팬들을 확보한 상태이며, 무려 9년 만에 오리지널 스태프들과 뭉쳤기 때문에 그 기대는 더 크다. 다시 돌아온 맷 데이먼은 “‘본’ 시리즈는 내가 사랑하는 시리즈다. 제이슨 본이라는 꼬리표가 싫지 않다. 오히려 더 좋다. 제이슨 본은 내 인생 캐릭터기 때문이다. 16년 전 이 작품과 인연을 맺은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라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전하기도 했다.

만약 이번 시리즈에 맷 데이먼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분명 이만큼 관심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맷 데이먼이 등장하지 않았던 4번째 ‘본’ 시리즈가 혹평을 받으며 사라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제이슨 본이 아닌 다른 인물을 다뤘던 ‘본 레거시’는 제목만 ‘본’이 들어갔다며, ‘본’ 시리즈에서 제외하고 말하는 팬들도 많다.

이런 대중들의 심리에 대해 한 영화관계자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도 기존의 배트맨인 크리스찬 베일을 기다렸던 사람에게 실망을 줬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같은 경우엔 이야기 구성 면에서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만약 기존 배우가 했다면 이만큼 혹평을 받지는 않았을 것 같다. 마니아층은 이야기가 이상하더라도 주연배우에 대한 팬심 때문에 보는 경향도 있다. 만약 좋아하던 배우가 바뀐다면 안 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캐릭터를 배우로 보는 시선 덕분에 캐릭터의 인기는 배우의 인기로 그대로 옮겨지기도 한다. ‘헝거게임’의 제니퍼 로렌스는 작품에 참여하기 전 재능 있는 여배우 정도의 평을 받고 있었지만 작품 이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액션 여배우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유명한 배우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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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헝거게임'&'메이즈러너'&'스타워즈'&'더 울버린 포스터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캐릭터와 배우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다. '해리포터'의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끝났음에도 오랫동안 해리포터로 살아야 했다. 최근 ‘킬 유어 달링’ ‘나우 유 씨 미2’ 등으로 해리포터 이미지를 걷어냈지만, 여전히 그를 보면 ‘해리포터’가 떠오른다. 일부에서는 마술을 소재로 한 ‘나우 유 씨 미2’에 등장하는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보며 한 때 마법사였던(?) 그가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특히 시리즈물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고, 다음 작품이 흥행하지 못했을 경우 그 딜레마는 더욱 커진다. ‘인생작’이기도 하지만 발목을 잡기도 하는 것이다. 때문이 이들은 전작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연기를 펼쳐야만 하는 부담감을 갖게 된다.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배우들이 나이가 드는 것은 장점으로 볼 수도 있고 단점으로 볼 수도 있다. 젊은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 ‘메이즈 러너’는 물론, 특히 ‘해리포터’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촬영을 했기 때문에 그들의 성장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스타워즈’나 ‘본’ 시리즈 같은 경우 주연배우들이 나이가 들면 외모뿐만 아니라 액션의 속도감 등을 뒷받침해주지 못할 때가 있다. 배우들과 제작진들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때문에 ‘스타워즈’나 ‘엑스맨’등은 기존 멤버들이 등장하면서도 다음 세대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엑스맨’의 휴 잭맨은 지난 3월 내한했을 당시 ‘뉴스룸’에서 “울버린 캐릭터를 오래한 것은 말할 수 없이 득이 되는 일이다. 처음엔 이렇게 오래 하겠다는 계획도 없었고 누군가와 이렇게 긴 시간을 함께 하게 될지도 몰랐다. 다만 배우로서 한 가지 모습에 한정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 다른 유형의 인물도 연기할 수 있었다. 때문에 울버린을 오래 한 것은 내게 도움이 된 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