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점차 쇠약해지며 죽음에 이르는 병 ‘루게릭’의 정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이다. 미국의 유명 야구 선수 루게릭(Lou Gehrig)’이 앓으면서 일반인들이 알게 됐기 때문에 흔히 루게릭 병이라고 한다.
루게릭 병에 걸리면 뇌의 신경세포 중에서도 운동 신경원이 퇴행하면 근육들은 운동 신경의 자극을 받을 수 없다. 이 결과 근육은 쇠약해지게 되고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잃게 되며, 심지어는 가슴과 횡격막 근육을 조절하는 능력도 상실하게 돼 결국 호흡 문제로 사망하게 된다.
현재 안타깝게도 루게릭 병을 완치할 수 있는 약은 개발되지 않았다. 환자들의 고통을 덜고 진행을 늦추기 위해 다양한 약물 치료가 시도되는 한편 신약이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약 개발과 빠른 임상 치료는 매우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조절 가능한 예후 인자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천 로뎀요양병원 유재국 원장은 “신약 치료에만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더 중요하게 챙겨야 하는 몇 가지 사항을 놓치는 사례가 많다”며 “먼저 최선을 다해 조절할 수 있는 예후 인자를 다스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 원장에 따르면 첫 번째로 중요한 예후 인자는 ‘신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를 개선하는 것이다. 많은 환자들이 약물 치료와 여러 증상의 영향으로 영양이 결핍돼 내원한다. 만일 연하장애(음식물을 쉽게 삼키지 못하는 장애)가 진행되면 식사량과 체중이 감소하면서 BMI가 20 이하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 상태에 이르면 투병하기 어렵다. 루게릭 병은 다른 질환에 비해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호흡 기능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일 호흡재활훈련이나 인공호흡기 사용으로도 호흡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때에는 기관절개술을 적절하게 실시해 폐렴 발생 빈도를 낮추고 생존 기능을 높일 수 있다.
유 원장은 수면의 질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충분한 수면은 뇌를 비롯한 전신에 휴식을 주고 기분을 조절하는 한편 다양한 대사 작용을 선순환시킨다. 그러나 루게릭 병 환자는 불안감이나 초조감 등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호흡 조절 문제로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 이럴 때 잠을 설쳐 수면 리듬이 깨지면 병세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서현 기자 (ls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