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부산행’은 우리나라 첫 좀비물이다. 이 때문에 ‘좀비’라는 생소하고도 비현실적인 존재를 사실처럼 보여야 하는 것이 이 영화의 임무이기도 하다. 좀비가 거짓처럼 보이면 영화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좀비의 비주얼과 연기는 ‘부산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부산행’ 팀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적인 방법 모두를 사용해 완성도 있는 좀비를 만들어냈다. ‘부산행’은 판타지가 섞인 영화치고 많은 예산이 든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기술력인 CG는 물론, 자연스러운 분장 및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애쓰면서 디테일한 좀비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가장 큰 인상을 남긴 것은 배우 심은경이다. 함께 출연한 배우 정유미가 “영화 오프닝을 엣지있게 만들어줬다”고 말한 것처럼, 심은경은 영화의 오프닝에서 열차에 탑승한 최초의 감염자 역할을 맡아 압도적인 모습은 선보인다. 그는 대사 없이도 온 몸으로 좀비를 표현하면서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막중한 역할을 해냈다. 좀비 특유의 관절 꺾임은 물론이고, 기괴한 특수 분장은 20대 여배우로서 하기 힘든 역할임이 분명하지만, 그는 심은경이 아닌 ‘좀비1’로서 완벽한 좀비의 모습을 선보였다.
심은경은 “폭발적인 관심에 감사하다”고 말했고, 심은경의 소속사 매니지먼트AND는 “하루 이틀 정도의 촬영을 위해 한 달 이상 9회 정도의 연습을 나갔다. 심은경도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연기라서 해당 캐릭터에 끌려서 하게 됐고, 호기심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며 “연습 당시 안무 선생님이 이정도면 된 것 같다고 했는데, 심은경은 퀄리티를 더욱 높이고 싶어서 계속 연습했다. 촬영하면서도 감독님과 스태프들에게 칭찬을 많이 듣던 기억도 있다”고 전했다.
심은경의 출연은 오는 8월 개봉하는 애니메이션이자 ‘부산행’의 프리퀄인 ‘서울역’에서의 인연으로 이뤄졌다. 그는 ‘서울역’에서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는 소녀 혜선의 목소리를 맡은 것에 이어 그 이후의 이야기인 ‘부산행’에서 실사로 등장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 모두 같은 역할로 출연하는 것은 배우에게도 의미 있는 출연이지만, 관객들 입장에서도 재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심은경뿐만 아니라 또 다른 감염자 역할을 맡은 배우 우도임 역할도 상당하다. 공유는 “우도임 씨가 잘 해줬다. 초반에 포인트를 잘 잡아주는데, 영화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 임팩트가 영화 끝까지 가는 것 같다. 발목이 접질러진 채로 걷는 모습이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행인1’쯤에 해당하는 좀비1, 2, 3의 고생도 컸다. ‘부산행’의 배급사인 NEW는 “좀비 역할 하신 분은 전체 100명 정도 될 것이다. 처음부터 감염자 역할로 캐스팅 되신 것이고, 연습량은 개별적으로 다르다. 감염 수준이 달라서 개별적으로 난이도 낮은 감염자부터 난이도가 높은 감염자가 있다. 우도임 같은 경우는 상당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좀비들은 열차라는 작은 공간에서 액션을 펼쳐야 했기 때문에 안전에 조심해야 했다. 정유미는 “액션이 많이 없는 나도 매일 멍이 들었다. 액션이 많은 좀비 역할은 서로 부딪침이 많아서 아팠던 분들이 많았을 것 같다”고 말했고, 마동석은 “좀비 연기 하는 분들은 서로 십여 명 이상이 같이 몰려 있다. 그분들끼리도 의도치 않게 서로를 때리나보더라. 다들 아파하면서 저절로 연기가 나올 때도 있다고 했다. 우리보다 그분들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도전’이란 설렘과 함께 불안감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산행’은 연상호 감독, 곽태용 특수분장 감독, 박재인 안무가, 그리고 배우들이 힘을 합쳐 제대로 된 좀비물을 만들어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