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가수 박주희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그 힘든 시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은 사랑과 인기를 받았던 ‘자기야’ 활동 당시였다.
“슬럼프라는 건 아무 생각 없이 노래를 부르는 시점에 자기가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그저 음악이 좋아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많은 사랑을 받고, 내가 왜 노래를 하는지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제 삶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이었어요. 왜 나한테 이런 재능을 줬는지 하늘이 원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죠.”
슬럼프 때문에 음악에 회의감을 느낀 박주희는 한동안 노래를 부르는 것은 물론 듣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메시지가 담긴 곡 ‘날개’를 우연히 듣고 지독한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노래를 듣는 것 자체가 싫었고, 음악 방송도 보고 싶지 않아서 몇 년 동안 음악과 단절된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 우연히 ‘날개’라는 노래를 듣고 다시 음악을 시작하게 됐어요. 닫혀 있던 마음이 다시 열렸고, 앞으로 음악을 그만두더라도 외부 요인이 아니라 제 결정에 의해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 이후로 슬럼프에서 벗어나 다시 음반을 냈고 지금까지 쉬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심각했던 슬럼프로 인해 가족들의 걱정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특히 박주희가 가수가 되는 걸 반대했던 부모님은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부모님은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가수 그만하라고 적극 권유했어요. 제가 다시 노래한다고 했을 때도 엄청 반대 하셨죠. 물론 지금은 누구보다 좋아하시지만 제가 처음에 가수한다고 말씀드렸을 때도 반대가 심하셨어요. 딱 한 번 오디션만 보게 해달라고 엄마한테 부탁했는데 그게 붙어서 가수의 길로 들어서게 됐죠. 아빠는 제가 데뷔하고도 계속 반대하시다가 1년 정도 지났을 때 받아들이셨어요.”
요즘 가요계에는 아이돌 못지않게 젊은 나이의 트로트가수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박주희는 그 중에서도 홍진영을 가장 아끼는 후배로 꼽았다.
“실제로도 애교가 많고 정말 귀여워요. 확실히 젊은 친구다 보니 저한테 ‘언니’라고 부르면서 살갑게 굴어요. 홍진영과 같이 있으면 기분이 확실히 좋아지죠.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걸 마음껏 표현하는 게 젊은 친구들의 매력인 것 같아요.”
박주희는 젊은 트로트가수들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어려웠던 신인 시절을 본인도 겪어봤던 만큼 아직 빛을 보지 못한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트로트는 삶의 일부분이나 마찬가지에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잘되거나 잘 안 된다고 해서 다가 아니죠.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면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용기와 초심만 잃지 않는다면 인기가 있든 없든 끝까지 갈 수 있을 겁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버티라는 얘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트로트가수로서 이미 남부럽지 않은 성공을 거둔 박주희지만 항상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디서든 노래할 수 있는 무대가 있다면 행복한 것 같아요. 저희 소속사 연습생들이 월말평가를 치를 때마다 저도 그곳을 가서 친구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봐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요. 제가 처음에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시작했는지 그 친구들을 통해 다시 느끼고 내가 이런 마음으로 노래를 했었다는 걸 깨닫게 되죠.”
끝으로 박주희는 앞으로도 신나는 노래로 대중에게 흥을 전달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저희 매니저가 가끔 ‘가만히 서서 노래만 부르면 얼마나 편하겠느냐’고 얘기해요. 하지만 저는 계속 빠른 노래를 해왔고, 춤추면서 노래하는 게 즐거워요. 아직도 ‘자기야’ 전주만 들어도 흥이 나니까요. 많은 분들에게 제 노래로 신나는 에너지와 활력을 되찾아주고 싶어요. 제가 힘들 때 음악으로 힐링 받았던 만큼 대중에게도 흥으로서 힐링해주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