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초점] 왕대륙, ‘중화권 발언 논란’…대만 연예인은 정치를 겸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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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우 기자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왕대륙은 지난 15일 한국 팬미팅 전 기자회견에서 “중화권 스타로 인기를 누리는 배우가 많지 않은데,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는 것에서 책임감을 느끼나”라는 질문을 받고 “중국을 대표해서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하고 앞으로 조금 더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대만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은 왕대륙의 이 발언을 흐뭇해했고, 대만인들은 분노했다. 대만 사람인 왕대륙이 자신을 ‘중국인’으로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질문의 목적, 그리고 답변의 요지는 '배우로서 열심히 연기하겠다'는 것일 뿐이었다. 현장에서 그가 ‘중화권’이란 단어를 듣고 무의식적으로 ‘중국’이란 단어를 쓴 것이 사실이지만, ‘중국’이란 단어가 중요했던 맥락이 아니었던 것이다.

중국의 텐센트닷컴은 “왕대륙이 주연인 영화 ‘나의 소녀시대’가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거두면서 최근 한국에서 팬미팅을 개최했다. 하지만 논란이 된 것은 그가 팬미팅 현장에서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중화권 연예인이 많지가 않은데 중국을 대표하여 너무 뿌듯하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고 전했다.

왕이닷컴은 “왕대륙의 ‘중국을 대표하여’라는 한마디가 대만 누리꾼들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대만 누리꾼들이 왕대륙이 중국인을 대표한다는 말에 불만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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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우 기자

대표적인 친중국 연예인인 황안은 지난 17일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내가 2015년 11월 당시,왕대륙에게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되지 말라고 충고한 적이 있다.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고 ‘내륙’과 ‘중국’이란 말을 혼동하지 말라고 했었다”고 이야기 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황안의 이 이야기는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왕대륙은 지난해 11월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화를 홍보하면서 "11월19일 중국 상영”이란 글을 게재했다가 논란이 되자 “내륙 상영”으로 수정했다.

대만을 중국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대만인들은 중국을 지칭할 때는 ‘중국’이 아닌 ‘내륙’이라고 부른다. 만약 ‘중국’이라고 부를 경우엔 다른 나라로 취급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반대로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입장이라면, ‘중국’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 때문에 황안은 왕대륙에게 ‘내륙’과 ‘중국’이란 단어를 혼용해서 쓰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

참고로 황안은 대만 출신으로, 중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반(反)중국 성향의 대만과 홍콩 연예인들을 베이징 당국에 제보해 그들의 중국 공연을 저지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지난 1월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가 한국 방송국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는 글을 올려 중국과 대만에서 이른바 '쯔위 국기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이외에도 지난 12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국제법정인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 패소를 결정한 이후,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에서 활동하거나 중국 출신 연예인들에게 입장을 표명하라며 SNS를 점령했다. 왕대륙의 SNS에도 이 같은 글이 많아지면서 심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발언 논란 이후 첫 공식석상에 나타난 왕대륙은 논란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예민한 반응에 맞춰주지 않겠다는 뜻이거나 더 이상의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일 것다. 앞서 쯔위 사태에서도 있었던 일처럼 만약 그가 사과를 한다면, 대만을 얻는 대신 중국을 잃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8년의 무명생활을 거치고 이제 겨우 배우로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왕대륙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