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정유미 ②] “불안하다”라는 엄살을 보인 그녀.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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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유명준 기자] “잘 버틴 거 같다”

과거 정유미가 인터뷰 당시 종종 건넨 말이다. 오랜 시간 끝에 사람들에게 자신의 연기를 사람들에게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육룡이 나르샤’와 ‘국수의 신’을 연이어 끝낸 후 비로소 “작품을 끝낸 거 같다”라고 말한 정유미의 배우 경력은 무려 13년 차다. ‘버틴다’는 말을 할 당시 정유미는 드라마와 예능을 통해서 뛰어오르기 위한 디딤돌을 잘 쌓을 때였다. 즉 ‘잘 버틴’ 후 새로운 것을 모색할 시점이었다. 그때부터 2016년 지금까지는 자신의 연기 생활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버티는 사람이 대단한 거 같아요. 저는 사실 멀리 떨어져 보면 버틴 거 같은데, 저 스스로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거든요. 배우로서 제가 알 수 있는 정도의 변화라도 없었다면 버틸 수도 없었을 거 같아요. 그 당시 버틴다는 느낌은 제가 오디션을 보고, 배역이 더 커지고 대사 한 두줄 더 들어가고, 극 중 관계가 좀 더 묻어난다는 것들이죠. 요즘은 그 폭을 확 느끼죠. 그래서 도리어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실상 정유미에게도 이미지 소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드라마, 예능, 영화 등의 작품을 연이어 하면서부터다. 깊은 내공이 있는 배우라 하더라도 이는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어느 순간부터 대중에게 싫증나게 보이고, 그 싫증은 게으름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기를 쉬지 않고 했죠. 한 작품이 잘 되면 그 이미지를 보고 작가님들이 연락해 캐스팅이 이어졌죠. 계속 그런 식으로 반복되니까, 소진된다는 느낌?. 이전에는 연기할 때 그런 느낌이 없었거든요. 작은 역할일 때는 다양한 변화를 가질 수 있는데, 지금은 같은 느낌으로 반복으로 하니까 제가 틀에 갇힌 거 같고, 소모되는 느낌도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다른 작품을 한다는 것은 마이너스라고 생각이 들었죠. 이제 ‘제가 뭘 부족하니 준비를 하자’라는 생각을 해요. 그게 쉰다는 의미도 있지만, 더 채워야 더 멀리 갈 수 있는 생각이죠. 그게 딱 지금이고요.”

드라마에서는 승승장구하는 정유미지만, 영화에서는 아직 그 빛을 발하지 못했다. 특히 2014년 영화 ‘터널 3D'에서 첫 주연을 맡았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그렇다고 영화 쪽 욕심을 놓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를 통해 연기력을 향상할 욕심은 더 커졌다.

“영화 욕심은 없는 것은 아닌데, 드라마 쪽으로 잘 풀리니까 희한하게 드라마 쪽으로만 연결이 되더라고요. 솔직히 전 드라마 영화 구분 짓지는 않지만, 다양한 영화를 해보고 싶긴 해요, 배우로서 이미지를 쌓겠다는 것보다는 연기자로서 작품을 하면서 그 안에서 배워나갈 수 있는 것이 많더라고요. 하나의 장면을, 시간을 두고 감독님과 충분히 이야기해 나가면서 작품을 해나갈 수 있잖아요. 이런 경험이 근래에 없는 거예요. 지금은 일단 쉬고 좋은 기회를 잡으려고요.”

확실히 대화가 확실히 여유로워진 거 같았다. 과거에 작품을 연이어 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주연급 배우로서의 위치를 잡아나간다고나 할까. 물론 이는 타인의 시선일 것이다. 본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뭔가 불안감은 있어요. 그런데 그 불안감이 좀 달라요. 이젠 약간 이제 뭔가를 던져야 할 때라고 생각하죠. 잊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제가 더 완벽하게 준비를 해서 더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고 있는 거죠. 아니면 또 잊히는 두려움이 생길 테니까요.”

두려움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날 인터뷰를 통해 본 정유미의 말은 ‘엄살’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enteronnews.com / 디자인 정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