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올해 데뷔 10년차가 된 원더걸스는 댄스, 레트로, 힙합 등 매 앨범마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현아, 선예, 소희가 팀을 탈퇴하고 선미가 팀을 이탈했다 다시 돌아오는 등 멤버 변화가 많았지만, 원더걸스는 걸그룹 7년차 징크스를 이겨내며 팀을 지켜냈다. 지난해에는 밴드 그룹으로 변모하며 원더걸스는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원더걸스의 밴드 변신은 대중들에게 다소 생소하고 낯설게 다가왔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적 고집과 대중성 사이에서 성장통을 겪으며 한걸음 더 나아갔다. 지난 5일 ‘와이 소 론니(Why So Lonely)’를 발매하며 밴드 원더걸스의 입지를 굳혔다. 특히 10년 만에 박진영 프로듀서의 곡이 아닌 멤버들의 자작곡이 타이틀곡이 되며 걸그룹이 아닌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최근 앨범 발매를 앞두고 만난 원더걸스는 어느 때보다 여유로워 보였으며, 이들이 나아가야 할 음악적 길에 대한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원더걸스가 그동안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면, 이번엔 그 바퀴를 떼어냈다고 생각해요. 뒤에서 자전거를 잡아주고 계시던 박진영PD님이 손을 놓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지난 앨범 ‘아이 필유’가 끝나고 장문의 카톡을 보내셨어요. 다음 앨범 부터는 너희가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이제 너희의 곡을쓰지 않겠다고.” (예은)
싱글 ‘와이 소 론니’는 혜림, 선미, 유빈이 작사, 작곡한 곡으로 원더걸스가 처음 시도하는 레게팝 장르의 곡으로 중독성 있는 기타 리프와 리듬 변화가 인상적인 곡이다. 또한 연인 사이에 느끼는 시니컬한 내용을 위트 있는 가사로 표현했다.
“레게라는 장르가 생소한 장르다 보니 너무 딥하게는 작업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원더걸스는 대중적인 그룹이니까 대중적인 음악을 들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곡 처음부터 끝까지 레게리듬이 아니고, 중간에는 서정적인 멜로디, 다시 후렴에서 레게 리듬이 나와요. 리듬도 다양하고 분위기도 다양하죠. 대중이 쉽게 받아드릴 수 있게 작업하려 했어요.” (선미)
“타이틀 곡은 회사 내부 선정 시스템을 통해 선정됐어요. 1차적으로 투표를 하고, 박진영PD님과 곡을 추린 다음에 2차 회의를 통해 결정돼요. 저희는 당연히 2차까지 갈 줄 알았는데 1차에서 박 PD님이 좋은 곡이 나왔다고 칭찬해주셔서 놀랐어요.” (선미)
“레게라는 장르가 어렵고 친숙하지 않은 장르 같지만, 김건모 선배님의 ‘팡계’가 유명하잖아요. 대중들의 정서에도 레게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리듬을 먼저 만들었고, 들려줬더니 너무 좋은 것 같다고 해줬어요. 옛날 악단에서 나는 느낌이랄까. 대중성도 있을 것 같아서 레게에 꽂혀 만들게 됐어요.” (선미)
지난해 발매한 ‘리부트(Reboot)’의 연장선에 놓인 이번 앨범은 원더걸스의 성장이 유독 두드러진다. 멤버들이 직접 악기 녹음에 참여했으며, 수록곡 3곡 모두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구성됐다. 또한 타이틀 곡 ‘와이 소 론니’는 밴드 버전과 댄스 버전 등 두 가지 형태의 무대를 준비했다. 무대에서 춤을 추던 원더걸스의 모습을 기다렸던 팬들에게는 1석2조의 활동이 될 전망이다.
“첫 주는 악기 버전의 무대를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음악 방송에서는 리얼 악기 연주를 들려드리지 못하겠지만, 다양한 공연을 통해 라이브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2주차부터는 댄스 버전 무대를 보여드릴 거예요. 피디님이 안무를 배우기 전에 동물적인 느낌의 댄스였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동물적이진 않지만, 저희도 그 동안 해오던 스타일이 아니라 각자의 느낌으로 추게 될 것 같아요.”
원더걸스는 유독 복고 장르와 어울리는 걸그룹이다. 2007년 데뷔한 이들은 레트로 3부작인 ‘텔미(Tell me)’, ‘So hot(소 핫)’, ‘노바디 (Nobody)’로 전성기를 보내며 복고 열풍을 일으켰다.
“그동안 팝, 락, 모던 록 성향의 곡도 했었고, 70년대 펑크록 성향의 곡도 작업했어요. 장르를 정해놓지 않고 열어놓고 작업했는데, 원더걸스답고 새로웠던 중간 지점이 이번 앨범이 아니었나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저희도 자연스럽게 레트로 장르에 대해 마음이 있었던 거 아닐까요. 밴드 곡으로 작업해야 하는데, 기존 모던이라던 지 펑크 음악은 있었잖아요. 레게가 중간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예은)
“이번 앨범 수록곡을 놓고 처음으로 모니터 하는 날이었는데, 멤버 모두가 레게 장르를 써온 거예요. 이번 앨범에 실리지 않았는데, 두 곡 정도 레게 장르의 곡이 있었어요. 다들 마음속에 레게가 피어났나봐요. (웃음)" (혜림)
“아무래도 음악을 많이 찾아 듣다 보니 80년대 음악들을 베이스로 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70~90년대 음악도 듣게 됐어요. 노래를 많이 찾다 보니 자연스레 그 시대 노래들이 좋아졌어요. 밴드 음악이 흥했던 시기가 70년대니까요.” (예은)
“박진영 PD님께서 고민을 많이 해주셨어요. 가요계에서 오래 계시면서 많은 케이스를 보셨잖아요. 대중들이 걸그룹에 기대하는 게 무엇인지, 그렇다 보면 원더걸스도 새로운 스텝으로 나아가야 할 텐데, 하는 고민을 해주셨어요. 자진 적으로 악기를 배웠지만, 저희가 밴드로 나오게 된 건 회사에서 하게 해주셨기 때문이에요. 도전할 수 없었을지 모르는 부분인데, 회사에서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커요.” (예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도 있다. 원더걸스 또한 긴 시간 동안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현재의 모습을 찾게 됐다. 다사다난했던 만큼 멤버들과의 관계 또한 끈끈해졌다. 10년 동안 원더걸스를 이끌어온 원동력 또한 멤버들의 신뢰와 믿음이 두터웠기 때문이다. 심지어 원더걸스를 탈퇴한 선예와 소희 또한 이들의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있었다.
“일단 선예는 캐나다에 있어 자주 보지 못하지만, 소희는 워낙 자주 보고 음악도 미리 듣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줘요. 저희 또한 두 사람의 삶을 응원하고 있고, 선예와 소희도 저희를 응원해주고 있어요. 일적인 관계를 떠나 가족 같은 관계가 된 거죠.” (예은)
10년이란 시간을 보내오며 원더걸스는 흥망성쇠를 경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정상에 올랐을 때 미국 진출을 시도했으며, 그 사이 멤버 변화도 수차례 겪었다. 최근 데뷔 7년차 걸그룹들이 소속사 전속계약 만료로 해체를 선언하기도 했다. 원더걸스 또한 팀 유지에 대해 고민해왔을 터. 하지만 이들은 음악으로 다시 뭉쳤고, 더 단단해졌다.
“예전에는 큰 목표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의 성공, 월드투어, 그래미 등이었다면 지금은 한 곡 한 곡 잘 만들고 무대 하나 하나 멋있게 하는 것?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신경 쓰고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많은 후배 걸그룹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니 선배로서 롤 모델이 되어 나아갈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게 돼요.” (예은)
"요즘엔 리밋이라는 게 없어진 것 같아요. 저희 보다 선배님들도 다시 뭉치고 재결합도 하시잖아요. 리밋이라는 게 없어서 그룹 활동으로서 느껴지는 부담감과 책임감도 이해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얼마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저희도 선을 그어놓지 않고 있어요.“ (유빈)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윤효진 기자 yunhj@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