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영화 View] ‘수어사이드 스쿼드’, 기대작에 뿌려진 번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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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수어사이드 스쿼드' 2ㆍ3차 예고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Suicide Squad)’가 개봉하기도 전에 번역 논란에 휩싸였다. 단 2분 20초가량의 3차 예고편을 통해서다.

최근 트위터를 통해 ‘수어사이드 스쿼드’ 본편의 번역을 맡은 박지훈 번역가를 보이콧하는 해시태그가 등장하며 SNS를 뜨겁게 달궜고, 논란이 거세지자 ‘수어사이드 스쿼드’ 수입ㆍ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공개된 예고의 대사를 일부 수정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DC코믹스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하나인 할리 퀸(마고 로비 분)의 대사다. 존댓말과 반말의 구분이 없는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존댓말을 쓴다. 게다가 ‘I love this guy’라는 대사는 “이 오빠 맘에 들어”라고 번역이 됐다.

이외에도 공개된 할리 퀸의 대사는 총 7 문장이고, 이중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봐주면 안돼요?” “이 오빠 맘에 들어” "뜨거운 오빤 뭐?“라는 대사를 “봐주면 안돼?” “얘 맘에 들어” “넌 뭐?”로 수정했다. 물론 2차 예고편에도 “안녕 오빠들” “미안해요”라는 대사가 나오지만, 이 부분은 수정되지 않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악질 중 악질들이 자살 특공대를 결성하고 펼쳐나가는 이야기다. 그중 할리 퀸은 조커 외의 남자는 모두 ‘뭣’으로 보는 캐릭터로,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한 멤버다. 비교적 최근 나온 신참 캐릭터지만 특유의 매력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코믹북으로까지 진출한 인기 빌런이다. 하지만 이런 매력적인 빌런을 번역가는 그냥 센 척 하는 섹시한 여성으로만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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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수어사이드 스쿼드' 포스터

이에 대해 팬들은 ‘명작에 재 뿌리기’ ‘박지훈이 또’라는 반응이다. 드디어 논란이 됐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박지훈 번역가는 할리우드 영화 중 대다수의 유명한 작품의 번역을 맡아왔다. 최근에만 해도 ‘배트맨 대 슈퍼맨’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앤트맨’ 등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 작품을 번갈아 번역했다.

하지만 이 때에도 박지훈 번역가는 논란이 됐었다. '007 스카이폴’에서는 “She's pretty if you like that sort of thing"을 ”예쁘네요. 된장녀 같지만“이라고 번역했고,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는 ‘뻔한 소리다’라는 관용어인 ‘Water is wet’을 ‘홍수가 났다’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에도 박지훈 번역가는 조심하겠다고 말했었다.

이에 대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측은 “예고편이 박지훈 번역가가 번역을 한 게 아니라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자체에서 한 것이다. 원래 예고편은 번역가가 안 하고 내부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오빠’라는 대사는 할리 퀸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면서 상대방을 비꼬듯이 하는 대사로 생각하고 쓴 부분이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대중이 생각하는 것이 달라서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존댓말 부분도 해명했다. 그는 “이번 영화는 ‘수어사이드 스쿼드 뉴(NEW) 52’라는 새로운 버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코믹스에 보면 할리 퀸이 존댓말을 쓴 장면이 있다. 상황에 따라서 참고를 했었는데, 대중이 가지고 있는 할리퀸의 이미지와 달랐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워너브러더스는 개봉 전에 이번 일이 터진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만약 이런 상태로 개봉까지 갔으면 팬들의 실망감 역시 더욱 커졌을 것이다. 번역에 따라서 흥행이 결정될지도 모를 상황에서 그나마 이들이 피드백을 빨리 한 것만이 안심되는 부분이다.

현재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번역은 박지훈 번역가가 끝낸 상태다. 하지만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검수’를 약속했다. “이번 논란을 겪으면서 모니터링도 했고, 번역을 끝냈지만, 검수중이다. 캐릭터성을 해칠 수 있는 부분을 조심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해주신 만큼 노력하고 있다. 영화가 개봉을 했을 때는 논란될 거리는 없을 거다”고 전했다.

이번 일은 가볍게 지나갈 수도 있다. 우선 수입ㆍ배급사에서 본인들의 책임이라고 했기 때문에 박지훈 번역가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쌓여있던 것이 터진 것이다. 그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떨어졌고, 타격이 크다. 물론 박지훈 번역가를 믿고 거르기엔 그가 너무 대작들에 참여하고, 이번 작품 역시 기대가 높은 영화이기 때문에 완벽한 보이콧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로 조금 더 실력 있는 번역가가 번역에 참여하길 바란다는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외에도 앞으로 개봉할 코믹스 작품이 ‘스파이더맨 홈커밍’ ‘신비한 동물사전’ 등 많기 때문에 이런 작품들까지 오역 자막으로 관람할 수는 없다. 영화 팬과 코믹스 팬들은 영어 공부를 해야하는 것 대신 제대로 번역된 자막을 보고 싶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오는 8월4일 개봉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우리가 박지훈 번역가와만 일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외에도 여러 팀이 있다. 박 번역가가 했던 작품이 이슈가 되다보니까 부정적인 여론이 생긴 것 같다. 분명히 박지훈 번역가가 잘 해주시는 부분도 많다. 안타깝고 우리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