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위 수출 강국의 토대로 새로운 30년을 개척한다.`
한국무역협회가 무역 1조달러 시대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미래 무역 리더로서의 비전을 밝혔다. 지난 70여년의 민간 무역 역사를 뒤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30년의 로드맵을 그렸다.
우리나라는 경제의 비약 발전과 함께 수출 강국으로 도약했다. 이제 융·복합 시대에 대응하는 수출 중소·중견기업 육성,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의 수출 확대, 디지털무역 플랫폼 마련, 세계 최고 수준의 전시박람회 개최 등으로 새로운 무역 질서에 대응해야 한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은 “70년 동안 이어져 온 한국무역협회의 역사는 무역 1조달러 달성, 세계 수출 6위에 빛나는 한국 무역의 신화와 그 궤를 함께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선진화된 구조로 세계경제와 조화되는 한국무역`을 미래 한국 무역의 새로운 비전으로 삼고, 또 다른 30년의 더 큰 도약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시설 없어 어업 등으로 수출, 무역 입국까지=우리나라는 광복 직후 극심한 혼란과 가난에서만 탈출하자는 폐허 속에서 `무역 입국`을 꿈꿨다. 당시 `한국 무역의 선각자`로 불리는 105명이 주축이 된 무역협회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보다 2년 앞선 1946년 7월 31일 설립됐다. 목표는 무역업계의 권익 옹호 및 무역 진흥 활동을 통한 국민경제 발전 기여였다.
무역협회가 창립된 1946년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은 어업이었다. 변변한 산업시설 하나 없었기 때문에 제조업은 발달할 수 없었다. 어업 수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에 달했다. 수출 규모는 350만달러, 수입은 6700만달러로 기형 구조를 보였다. 수출 대상국은 중국(81.4%)과 일본(18.6%) 2개국뿐이었다. 1960년대 초까지 농업, 광업, 수산업 등이 주로 수출됐다.
이후 1960년대부터 경공업 수출이 시작됐다. 1961년 당시 이활 회장을 필두로 정부에 무역입국론을 개진한 이후 무역협회는 무역정책 건의, 무역사절단 파견, 민간 통상협력 활동 전개, 종합 무역 정보 제공 등 토대 마련에 나섰다. 그해 처음으로 수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 기술과 자본은 부족했지만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이 가능한 섬유, 신발, 가발 등이 주요 수출 품목이었다.
이후 우리나라는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비약 성장했다. 1977년 수출 100억달러, 1995년 수출 1000억달러를 각각 달성했다. 당시 수출 주력 품목은 중화학공업 발전에 따라 선박, 철강, TV 등이었다.
1980년대 말에 이르러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와 코엑스 등이 모두 완공되면서 대규모 국제전시회 등 마이스(MICE: Meeting, Incentives, Convention, Exhibition) 산업 기반도 구축됐다.
◇1990년대 반도체 수출, 세계 1위 품목 보유한 수출 강국=글로벌 물결에 힘입어 개방에 나선 1990년대 한국 무역은 반도체, 자동차, 컴퓨터 등 첨단 기술 제품 중심으로 수출 품목이 다변화·고도화됐다. 특히 D램 반도체는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세계 1위 생산국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자동차 역시 1990년대 처음으로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후 지금도 주요 자동차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급성장에 따른 후유증으로 1997년 무역수지 적자가 급증, 사상 초유의 외환 위기를 겪는다.
2000년에 들어 위기를 극복하고 중소·중견기업 및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도 늘었다. 전 세계에 휘몰아친 자유무역 열풍과 함께 선제 협정 체결로 우리나라는 2011년에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 경기 부진, 국제유가 하락,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무역구조 다변화의 어려움 속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세계 수출 6위에 진입했다.
무역협회도 한국 무역의 발전과 함께 성장, 지난 5월 기준 가입 회원사가 7만여개가 됐다. 5개 본부(무역정책지원, 국제사업, 회원지원, e-Biz지원, 경영관리)와 3개 부설기구(국제무역연구원, 무역아카데미, FTA종합지원센터)를 뒀으며, 13개 지역본부와 10개 해외 지부가 운영되고 있다.
◇미래 비전은 글로벌 강소기업의 수출 파트너, 디지털경제 리더=지난해 우리나라는 세계 경기 악화로 2011년 이후 5년 만에 1조달러 달성에 실패했다. 한편으로는 중소·중견기업과 벤처기업의 수출 선전, 수출 품목 다변화 등의 청신호도 있었다.
무역협회는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무역 전문가로서 역량을 강화하고, 우리 무역이 안고 있는 외형 성장의 한계를 가치 중심 무역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한 ICT 융합 제품의 수출 다변화와 중견·중소기업 위주의 수출 강화 전략이다.
크로스보더(해외) 전자상거래를 위한 디지털무역 기반을 강화한다. 무역정책이 기업친화형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데이터 수집, 분석, 이용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는 생각 아래 2030년까지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사이트를 구축한다. 무역과 관련한 모든 검색이 `kita.net` 한 곳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메가 자유무역협정(FTA)과 동북아시아의 경제 통합 등에 대비해 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무역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무역아카데미도 확대·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1인 기업, 스타트업 등 강소 글로벌 기업을 2030년까지 50만개를 육성하고 이 가운데 12만개사를 회원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무역협회는 잠실지구 마이스 시설 건립에 참여, 세계 5위 수준의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이를 위해 코엑스, 도심공항 등의 운영을 외부 전문 기업에 위탁했다. 잠실 마이스 시설 건립에 민간 사업자로서 참여를 준비하는 만큼 이 사업이 성공리에 실행될 경우 무역센터(4.7만㎡)와 잠실지구 시설(10만㎡ 이상)을 아우르는, 수출산업화를 위한 서비스 산업의 최적지가 탄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통해 한국형 마이스모델(K-MICE)을 만들어 해외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김명희 기업/정책 전문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