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방송 View] 나쁜 엄마-착한 엄마 아닌 ‘센 엄마’ 전성시대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세상에 ‘착한 엄마’와 ‘나쁜 엄마’만 있을까. 때로는 자식에게 짜증도 내지만 속으로는 ‘내 자식’을 가장 예뻐하는 엄마가 ‘진짜’ 우리네 엄마다. 무작정 헌신적이지 않고 화를 낼 때는 대장부 못지않은 ‘센 엄마’가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의 해피엔딩에 큰 역할을 한 ‘흙’해영(서현진 분)의 엄마 황덕이(김미경 분)와 ‘디어 마이 프렌즈’의 박완(고현정 분)의 엄마 장난희(고두심 분)는 ‘센 엄마’로서 남다른 모녀 케미스트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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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vN '또 오해영' 캡쳐

◇ ‘또 오해영’의 ‘흙’해영 엄마 황덕이(김미경 분)

‘또 오해영’의 ‘흙’해영(서현진 분) 엄마인 황덕이(김미경 분)는 결혼에 실패하고 철없이 행동하는 딸의 등짝을 찰지게 때리고, 딸에게 화를 내며 우족을 던진다. 심지어 딸에게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미친년"이라고 직설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밥은 꼭 챙겨줘야 속이 풀리는 속정 깊은 엄마다. 그는 그 동안 전통적인 드라마 속에 등장했던 엄마들과는 다르지만, 현실에 있을 법한 엄마를 그려내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흙’해영은 괴로울 때 음악을 틀어놓고 괴상한 춤을 추는데, 황덕이는 그 옆에서 함께 음악에 몸을 맡길 줄 안다. 딸이 데이트용 도시락을 싸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우엉을 사러 가고, 고등학생 시절에는 동명이인인 ‘금’해영의 1등 성적표가 잘못 배달돼 망신을 당하게 되자 성적이 대수냐며 손을 잡고 걸어준 엄마기도 하다. 딸이 사랑하는 남자와 같이 살겠다고 했을 때는 못마땅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가!”라는 한마디로 딸을 쥐었다 폈다 하고, 다시는 안 볼 듯 굴지만 그래도 마지막엔 봐 주는 ‘츤데레’ 엄마다.

상견례 자리에서 박도경(에릭 분)의 엄마(남기애 분)가 두 사람이 같이 사는거 아냐고 비아냥댈 때는 “살면서 이렇게 마음이 좋아 날뛸 날이 얼마나 있을 것이며, 또 그 마음을 욕심껏 채우며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남들 눈치 보지 말고 행복할 수 있을 때까지 원 없이 행복하라고 내가 바래다줬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특히 그의 강인한 정신은 예비사위 도경이 교통사고로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 그는 도경의 목숨이 위태한 순간에 결혼식 이야기를 꺼내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다소 이해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시키고 다음을 논하는 뻔뻔함으로 모든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위로했던 것이다.

CJ E&M ‘또 오해영’ 홍보팀은 “황덕이 캐릭터는 ‘현실엄마’라는 호평을 얻으며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내 딸을 내가 욕하고 구박하는 건 괜찮지만 동네아줌마들이나 동서가 험담을 하면 즉시 응징을 가하고 호통을 친다. 한편으로는 억척스럽고 드센 엄마 캐릭터는 현실감 있는 공감을 전하는 동시에 시청자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사이다 같은 한 방을 날려 사랑 받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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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vN '디어 마이 프렌즈' 캡쳐

◇ ‘디어 마이 프렌즈’ 장난희(고두심 분)

고두심이 연기하는 장난희는 한 성격 하는 ‘깡패 엄마’다. 특히 그는 입이 아주 걸다. 딸 박완(고현정 분)을 지칭할 때는 “이 년”이란 단어를 쓸 정도로 거칠다. 심지어 그는 과거 딸과 함께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결국 모성애 때문에 끝까지 가지는 못했고, 매정해보였지만 사실 딸을 사랑하는 엄마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런 그를 함부로 못된 엄마로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는 때로는 원수 같고 때로는 친구 같은 딸과 애증의 모녀 관계를 그려내고 있다. 특히 격렬한 육탄전을 벌이다가도 싸움 후엔 “한두 번 싸워?”라며 금세 아무렇지도 않게 화해하며 현실적인 모습도 선보인다.

또한 지난 방송에서 그는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그동안 지고지순, 현모양처, 효녀 딸, 강한 엄마 흉내 냈다. 엿 같은 인생”이라고 한탄하기도 하고, 딸이 엄마의 병을 알고 왜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냐고 묻자 “내가 말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나 죽으면 너와 우리 엄마는 어떻게 될까 그것 걱정뿐이다. 너무 무섭고 억울하고 살고 싶다”며 자식 앞에서 아이처럼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그려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CJ E&M ‘디어 마이 프렌즈’ 홍보팀 이창곤 씨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드라마는 판타지여도 현실 공감이 중요하다. 장르나 스타일을 떠나서 엄마 캐릭터라고 하면 진짜 엄마와 같은 느낌을 줘야지 반응이 있는 것 같다”며 “‘디어 마이 프렌즈’가 모든 현실을 다 담았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 엄마들도 각각의 현실 속에서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듯이 ‘저런 엄마 꼭 있지’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다. 장난희 캐릭터도 전형적인 스타일의 엄마는 아니다. 천편일률적으로 그려지던 착한 엄마-나쁜 엄마의 구도에서 벗어나서 현실적인 모습을 그린 것이다. 엄마도 괴로워하고 폭력적이고 짜증도 낼 수도 있지 않나”라며 흑백논리로 나뉠 수 없는 ‘엄마’라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