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안성기①] ‘람보 할배’ 아냐 ‘고독한 람보’일 뿐…나이는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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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조정원 기자] 올해로 데뷔 59년째인 배우 안성기. 16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한 그에게 대중은 ‘국민배우’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그의 연기 인생을 높이 샀다. 그런 그에게도 매 작품마다 아쉬움이 존재한다. ‘고독한 람보’, 영화 ‘사냥’에서 시종일관 안성기를 괴롭히며 아쉬움을 남긴 주범이었다.

‘사냥’은 대규모 탄광 붕괴 사고가 일어난 무진의 외딴 산에서 금맥이 발견되고, 이를 차지하려는 엽사 무리와 소중한 것을 지켜야 하는 사냥꾼이 출구 없는 산 속에서 목숨을 건 16시간의 추격전을 다룬 작품이다.

“모든 작품에는 아쉬움이 늘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우는 연기를 잘 못하는 편인데, 스크린에서 내가 우는 모습을 보면 되게 어색하더라. 평소에 잘 울지도 않을뿐더러, 눈물도 잘 못 흘리는 편이다. 그런 갈등은 늘 있다. ‘사냥’을 촬영하면서는 고독에 찬 람보냐라는 갈등이 늘 있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 있다. 어느 하나를 포기하면서 다른 하나를 취하느냐의 문제였다. 상처받은 사람의 심리와 정신적인 어두움을 쭉 깔고 가야했기 때문에 관객들의 감정을 더 확실하게 몰고 가는 감정을 포기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계산보다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을 때 참 힘들다. 그 장면이 관객하고 잘 맞으면 정말 좋은데, 아닐 때는 후회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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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안성기는 젠틀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하얀 백발을 하나로 질끈 동여매고 총을 둘러 맨 채 온 산을 누비는 사냥꾼 기성으로 분했다. 또한 젊은 배우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극한의 액션 연기를 소화하며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극 중 기성을 지칭하는 ‘람보 할배’와도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안성기가 그렸던 기성은 ‘람보 할배’가 아니었다.

“근본적으로 기성이라는 사람이 어떤 상황에 있건 얼굴엔 어두운 그림자가 끼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걸 잃어버리고 얼굴에서 그런 감정이 없어진다면 진짜 람보가 될 것 같았다. 표현을 과격하게 할 필요 없이 사실감 있는 표현들을 하려 했다. 밝지 않은 분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강하지 않게 그려내는 표현들이 이 사람의 심리 상태와 맞아야 한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극 초반, 안성기는 민소매 러닝셔츠로 60대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탄탄한 근육들을 과시했다. 기성 캐릭터를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일까.

“평소 기본적인 체력 문제는 미리 준비를 해둔 덕택에 크게 힘든 점은 없었다. 워낙 산에서 뛰고 구르는 장면이 많았기에 촬영 전 기본적인 낙법이나 운동 위주로 준비했다. 액션보다는 드라마 쪽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길이, 스타일 등 백발 꽁지머리 가발을 몇 차례 수정했다. 어떠한 형태로 어느 정도의 백발을 만들 것인지 고심했다. 그 백발이 추격전을 해나가면서 격렬함 때문에 서서히 풀려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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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안성기에게 느껴지는 연기에 대한 열정은 젊은 배우 못지않았다. 긴 세월 연기를 해올 수 있는 그의 원동력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성취감이었다.

“배우라는 직업이 생활의 달인처럼 한 가지 일을 하는 것처럼 판에 박은 게 아니다. 늘 새롭고 힘들다. 새로운 인물과 나이, 세계 등은 내 나이와는 전혀 상관없다. 연기 경력이 쌓일수록 오히려 더 상투적인 것을 배제해야 하고 노력해야 된다. 내 연기를 보는 대중들이 ‘저걸 또 하네. 뻔한데?’라고 하면 내 손해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냥’은 너무나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나 관객의 입장에서는 ‘안성기라는 배우가 이 나이에 이런 액션을 할 수도 있구나. 잘 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게 만들어줬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캐릭터에 대한 영역이 더 넓어진 것 같고, 영화가 성공적으로 잘 된다면 가회의 폭이 넓어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큰 수혜자는 내가 될 것이다.”

그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오는 6월 29일 개봉 예정인 ‘사냥’은 이러한 안성기의 또다른 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조정원 기자 chojw00@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