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조정원 기자] ‘아재파탈’. 배우 조진웅에게 붙은 수식어 중 하나다. 아저씨의 낯춤말인 ‘아재’와 치명적, 또는 숙명적이라는 의미를 지닌 프랑스어 ‘파탈’이 결합된 신조어다. 최근 매력적인 중년 남성들을 가리켜 ‘아재파탈’이라고 칭한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여심을 강탈했던 조진웅이 영화 ‘사냥’을 통해서 180도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조진웅은 극 중 산에서 금맥이 발견됐다는 정보를 은밀히 입수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엽사들을 모아온 남자 동근 역을 맡았다. 또한 동근과 쌍둥이인 명근 역도 함께 소화했다.
드라마의 우직하고 달달한 모습을 바란다면 ‘사냥’을 추천하지 않는다. 조진웅은 ‘사냥’을 통해 걷잡을 수 없는 욕망으로 인해 브레이크를 상실해버린 동근 캐릭터를 그렸다.
조진웅은 인터뷰를 시작하며 ‘사냥’이 맨 처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던 당시의 심정을 이야기했다. 다행히 20초가량의 편집을 거친 후 재심의를 거쳐 15세이상관람가 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좀 더 다양한 관객들이 ‘사냥’을 만날 수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개봉을 앞두고 항상 똑같은 마음이에요. ‘사냥’도 이번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마치 출산을 기다리는 부모의 심정 같았죠. 자식이 없지만 친구가 그러는데, 아이를 출산하면 제일 먼저 눈, 코, 입은 있는지 손, 발은 다 있는지 확인한다 그러더라고요. 떨린다는 표현하고는 좀 다른, ‘어디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되는데’라는 심정이었죠. ‘암살’이나 ‘아가씨’처럼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고 유능한 감독과 배우들이 많은 작품은 마치 우량아처럼 태어난 것 같아 걱정을 덜하죠. 예산이 적은 작품은 멀쩡하게 잘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큐베이터에 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더 애정이 가죠. 제가 볼 때는 너무 예쁜데,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때 더 예쁘게 봐줬으면 하는 심정이에요. 그래서 더 떨리고, 더 예쁘게 포장해주고 싶고, 더 애착이 많이 가요.”
그는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면서도 계속해서 자식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사냥’은 ‘산’하고 잘 어울려요.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거칠 수도 있는데, 그 속에 되게 아련하면서도 가슴을 후벼 파는 애잔함이 있어요. 모두를 받아주는 것 같으면서도 내보내려고 하는 것 같죠. 영화가 끝났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 산에 오르지 말았어야 했다’가 영화의 카피지만, 기성이라는 인물은 산에 오를 수밖에 없었고, 올라야만 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산사람이 가진 그 애틋함이 ‘사냥’에 담겨 있었죠.”
대부분의 촬영이 실제 산에서 이뤄진데다 한예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구성원이 남자였기 때문에 ‘사냥’에서는 수컷들의 거친 숨소리가 느껴진다.
“‘사냥’은 동료들과 되게 끈끈하게 찍었어요. 남자들의 현장이어서 뭘 해도 될 것 같았고 부담이 없어 아주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었죠. 엽사들끼리는 촬영이 끝나면 무조건 집합해서 한잔했죠. 그런 상황이다 보니 유일한 홍일점이었던 예리만 오면 현장에 해피바이러스가 넘쳤죠. 그 친구가 웃으면서 오면 다들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더라고요. 그러다 예리가 현장을 떠나면 힘든 촬영에 다들 인상을 쓰고 있어요. 어두운 이야기만 하면서요.(웃음)”
‘상남자’ 조진웅에게 있어 이재한 형사는 동근 보다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라 말할 수 있다. 물론 이재한이 굳이 착하게 사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정의롭고 착한 캐릭터임에 분명했다. 그는 동근 캐릭터로 이재한을 연기하며 사라질 뻔 했던 손발을 되찾았다.
“캐릭터를 준비할 때 담고 싶은 부분들을 모아서 만드는 편이에요. 그 캐릭터가 돼 대사를 해보기도 하고 캐릭터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죠. ‘시그널’을 할 때도 액션이나 감정의 골은 캐릭터라 소화해야 했지만, 오글거리는 대사들은 정말 못 견디겠더라고요. 게다가 정의롭고 착한 사람이라 다 뻔히 드러나니까 표현하기 난해했죠. ‘시그널’에서는 이재한 형사를 많이 닮으려고 노력했죠. ‘사냥’을 하면서는 내가 상상한대로 표현하면 되니까 오히려 재미있었죠.”
‘시그널’의 감성 경찰 이재한, ‘아가씨’의 변태 할아버지 코우즈키, ‘사냥’의 부패경찰 동근-명근까지 이 모두가 ‘아재파탈’ 조진웅이 그린 다양한 캐릭터들이다.
무엇이 그토록 조진웅을 욕망의 덩어리로 만들었는지는 6월29일 개봉하는 ‘사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조정원 기자 chojw00@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