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한예리] ‘팔푼이’ 캐릭터 양순, 밝고 에너지 있는 아이로 그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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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조정원 기자] 쌍꺼풀 없는 동양적인 얼굴에 아담한 체구를 가진 배우 한예리. 하지만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드라마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바쁜 한 때를 보내고 있는 한예리는 영화 ‘사냥’을 통해 또 다른 캐릭터 변신에 나섰다.

한예리는 극 중 또래보다 지능 발달 속도는 느려 동네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기 일쑤지만, 운동 신경만큼은 그 누구보다 뛰어난 소녀 양순 역을 맡았다. 그는 소위 말하는 ‘팔푼이’ 연기를 통해 그간의 모습과는 다른 매력을 어필한다.

작품 속 모습과는 달리 한예리의 외모는 최근 부쩍 물이 올랐다. “너무 예뻐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긍정의 미소를 지었다.

“요즘에 여성적인 모습이 부각되는 작품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아요. ‘해무’를 기점으로 여성성이 두드러지는 영화들을 했었죠. ‘극적인 하룻밤’도 그랬고요. 드라마에서도 학생이 아닌 여성으로 비춰져서 그런가 봐요. 매체로 인한 이미지가 아닌가 싶어요. 덕분에 스태프들이 고생이죠. 구석구석 예쁜 곳을 찾으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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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현우 기자

‘사냥’ 속 양순 캐릭터를 그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유난히 많은 카메라 클로즈업을 받아야 했고, 그로 인해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으며, 강원도 사투리를 써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양순이가 극 중에서 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자름의 연기보다는 그러지 않는 것이 영화의 톤과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밝고 에너지가 있는 아이로 연기했어요. 감독님이 제가 누구보다 양순 역할을 잘 할거라 믿고 맡겨줬다는 사실에 감사하죠. 기회가 된다면 정신적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여기에 양순의 캐릭터를 위해 한예리는 패션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겼다.

“양순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감독님이랑 디테일하게 이야기했었죠. 치마 위에 도복바지를 입자고도 했었고, 운동화도 벨크로가 있는 걸로 구해달라 했는데, 아쉽게도 제 발 사이즈에 맞는 운동화는 안 나왔었죠. 할 수 없이 남자 아이 것 같은 운동화를 사 달라 했었죠. 거기에 뭔가 옆으로 매는 소중한 가방이 있을 것 같았고, 고무줄 하나도 그냥 노란 고무줄을 쓸지 말지 고민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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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현우 기자

연기 부분을 제외하고도 ‘사냥’은 체력적인 정신력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제 신은 엔딩 컷 하나를 빼고 99퍼센트가 외부 촬영이었어요. 뭘 이렇게 외부 촬영이 많은가 싶었죠. 다행히 무용을 하면서 트레이닝이 돼 있는 몸이니까 그나마 편했던 것 같아요. 원래 등산도 좋아하고 필라테스도 하고 있어요. 피로도가 높아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신체가 받쳐주지 않아서죠. 같은 촬영을 끈기 있게 반복하는 영화에서는 체력이 중요하죠. 만약 제 건강이 좋지 않아 한 테이크를 더 못 가게 된다면 되게 싫을 것 같아요. 건강한 체질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 운동을 하며 관리하는 것 같아요.”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최악의 하루’ 촬영이 끝나자마자 ‘사냥’ 촬영에 돌입했다. 이어 파주 고령산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촬영장을 찾아야만 하는 강행군을 해야만 했다. 한동안 ‘산’을 벗어날 수 없었던 한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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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현우 기자

“‘사냥’은 개인적으로는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한 인상적인 작품이에요. 선배님이라는 그늘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됐고요. 그래서인지 감사한 작품이죠. 안성기 선배님과 같이 시간을 보낸 많은 사람들이 왜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사냥’을 통해서 그런 기회를 얻었다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안성기 선배님은 제가 좋아하는 좋은 사람과, 좋은 배우 두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는 분이셔요. 훗날 제가 나이를 먹고 온전하게 좋은 배우로 성장한다면 선배님이 하고 계신 좋은 일들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어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조정원 기자 chojw00@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