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이경규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나오는 순간 우리는 이것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이경규’하면 아직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몰래카메라’를 말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이경규의 몰래카메라가 ‘시청자 참여형’, 그리고 ‘세계 최초 라이브’ 몰래카메라로 진화했다. 현재 예능과 옛 예능이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지난 18일 오후 방송한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이경규는 자신을 국민MC 반열에 오르게 해준 콘텐츠 ‘몰래카메라’로 5연승을 거뒀다.
앞서 다음팟으로 진행된 ‘마리텔’ 생방송에서 이경규는 ‘이경규의 악극단’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방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타이틀은 데프콘(일명 ‘희생양’)을 속이기 위한 장치일 뿐이었다. 희생양이 ‘마리텔’ 생방송을 보거나 인터넷을 통해 몰래카메라인 것을 알아차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경규는 시청자들에게 포털사이트에 ‘몰래카메라’가 아닌 ‘악극단’으로 검색을 유도하는 등 특별한 주의를 줬다.
그렇게 시청자도 기자들도 한 마음 한 뜻으로 희생양을 속이기 위한 사기에 동참했다. 이경규의 악극단이 방송되고 있다는 기사에 시청자들은 ‘악극단 재미있어요’라는 댓글을 남기며 언론마저 속였다.
이것은 옛 예능과 현재 예능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볼 수 있기에 의미 깊었다. 하나의 콘텐츠는 여러 가지 방향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마리텔’에는 쿡방, 메이크업방, 체육방 등이 있고, 이런 콘텐츠들은 앞서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방송되어 왔다. 비슷한 콘텐츠지만 다시 한 번 대중이 주목했던 이유는 ‘마리텔’이 생방송, 그리고 누리꾼과의 소통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포맷에 가장 극적으로 빛난 아이템이 이경규의 ‘몰래카메라’였다.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함께 참여하는 몰래카메라는 과거엔 꿈도 꾸지 못했을 아이템이었다. 옛날 예능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는 현재 예능 ‘마리텔’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고, 세계 최초 몰래카메라라는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생방송이기에 위험성이 크고, 누리꾼이 함께 보고 있기 때문에 어떤 돌발 상황이 나올지 모른다. 자칫 방송사고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 정신으로 이겨냈다. 특히 이경규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욕은 안 하겠지”라며 현장에서 보조 출연자들을 많이 배치하는 등 생방송 몰래카메라에 대한 남다른(?) 신경을 쓰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결국 이 아이템은 성공했다. MBC의 대표 예능이라 불리던 작품을 다시 한 번 살려냈기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욕심을 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경규의 또 다른 예전 예능인 ‘양심냉장고’나 ‘이경규가 간다’도 라이브로 가능하지 않을까. 이경규 뿐만 아니라 앞으로 콘텐츠를 생각할 때, 이전 예능을 활용하는 방안도 좋은 방향으로 보인다.
MBC 홍보팀은 ‘마리텔’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번 아이템이 구 예능과 신 예능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양심냉장고’ 등 이경규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마리텔’에서 할지 안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예능 결합’ 측면에서 앞으로 좋은 아이템이 있다면, 즉 ‘마리텔’과 성격이 맞는 것이 있으면 시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