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가요 View] 가요계 콜라보 열풍… 신선 or 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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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M엔터테인먼트, 로엔 제공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전성시대다. 이종(異種) 기업 간 공동작업ㆍ협력ㆍ합작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주로 패션계에서 많이 쓰인 마케팅 용어였지만 이제는 영화, 방송 등 대중문화계 전반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가 됐다.

특히 가요계에서 콜라보레이션은 이제 흔한 말이다. 음원차트 순위권에 올라 있는 곡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기본 두 팀 이상의 아티스트들이 함께 작업한 노래며, 앨범 전곡을 콜라보레이션으로 꾸민 이들도 간혹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아예 ‘스테이션(Station)’이라는 콜라보레이션 디지털 음원 공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스테이션’은 SM 소속 아티스트들과 외부 뮤지션이 협업해 만든 음원을 매주 금요일마다 총 52주 동안 공개하는 프로젝트다.

그룹 소녀시대 윤아, 엑소 디오, 첸, 백현, 샤이니 종현 등 다수의 SM 가수들이 윤미래, 에릭남, 10cm, 김범수, 케이윌 등 비(非) SM 아티스트들과 입을 맞췄고, 헤비메탈 밴드 인레이어(Inlayer)를 비롯해 네덜란드 EDM 프로듀서 리햅(R3hab), 피아니스트 문정재, 플루티스트 김일지 등 여러 분야 뮤지션들이 ‘스테이션’을 통해 콜라보레이션 음원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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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콜라보레이션의 폭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상호 보완관계인 래퍼와 보컬, 같은 장르 가수, 남녀 간의 콜라보레이션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은 이와 상관없는 기상천외한 조합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전부터 많은 콜라보레이션 곡을 선보였던 남성듀오 바이브는 지난 4월 발매한 정규앨범 7집 ‘리피트(Repeat)’ 수록곡 ‘별다방’에서 개그우먼 김숙과 호흡을 맞췄다. 비록 노래에서 김숙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색다른 시도임에는 분명했다.

이어 지난 22일에는 가수 김흥국과 함께 부른 신곡 ‘원샷’을 발표했다. 감성적인 발라드를 주로 불러온 바이브와 ‘예능 치트키’로 불리며 항상 유쾌한 모습만을 보여준 김흥국의 이색 조합은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처럼 가수들의 콜라보레이션은 가요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다양성을 잃고 획일화되는 최근 음원 시장에서 듣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두 팀의 팬들을 결집시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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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너무 잦은 콜라보레이션은 참신함이라는 가장 큰 장점을 퇴색시키기도 한다. 몇 년 사이 콜라보레이션 음원이 강세를 보이자 여러 기획사는 너나 할 것 없이 다른 회사와 협업해 듀엣곡을 만들어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래들 중 대다수는 팬들의 호기심을 잠깐 유발하는데 성공하지만 ‘굳이 콜라보레이션을 할 필요가 있었나?’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또, 무분별한 콜라보레이션으로 가수 본인만의 색깔이 없어지는 단점도 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콜라보레이션은 요즘 가요계 트렌드인 만큼 많은 효과를 얻기도 하지만 기획 측면이 강해 가수 개인의 음악적 색깔과 방향, 정체성 등이 불분명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 가요관계자는 “요즘 강세인 디지털 음원 시장을 겨냥해 서로 윈-윈 하려는 목적 때문에 콜라보레이션 음악을 많이 발표한다”며 “가수 혼자서 뭔가를 보여주기에는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고 콜라보레이션 음원 공개가 잦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털어놨다.

콜라보레이션이 가요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트렌드가 된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상업적 이득을 위해 소속 가수의 개성을 지우고 협업에 목매기보다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목적의 콜라보레이션 증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