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연극 리뷰┃‘아들’] 이야기꾼 장진 감독의 영화 ‘아들’, 연극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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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장진 감독의 영화 ‘아들’이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연극 ‘아들’은 단 하루 동안의 휴가를 받은 무기수 강식과 이런 아버지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사춘기 아들 준석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하루를 같이 보내게 되는 부자(父子)의 따뜻한 휴먼스토리다.

지난 6월7일부터 관객과 만남을 시작한 연극 ‘아들’을 접한 관객은 원작 영화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화를 연극으로 표현하는 데 가장 한계는 공간의 표현일 것이다. 연극과 영화는 배우가 주어진 대본으로 연기에 충실하고, 그것을 관객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연극은 영화와 달리 공간의 제약이 있다. 영화는 오랜 기간을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한 촬영과 잘 편집된 스크린으로 약 120분 동안 관객과 만난다. 연극은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같은 시간 동안 관객과 직접적인 만남을 가져야 한다.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연극 ‘아들’은 영화보다 더 훌륭한 무대 구성력을 갖췄다는 평이 따른다.

영화에서 나오는 공간은 학교, 교회, 기찻길, 아들 준석의 집, 옥상 등으로 꽤 다양한 배경이 나온다. 놀라운 점은 연극에서도 이 모든 공간이 다 연출됐다는 점이다. 무대를 2층으로 구성했고 약 4등분으로 공간을 나눠 이야기 전개에 꼭 필요한 집, 교회, 야외, 옥상, 목욕탕 등의 배경을 선보인다. 꾸밈 역시 조잡하지 않고 십자가, 안테나 등의 포인트와 조명, 포인트 소리들로 장소 설명을 해결했다. 무대는 연출을 맡은 정태영 감독의 센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16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1관에서 열린 ‘아들’ 프레스콜에서 정태영 감독은 “연극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한 부분은 영화 속 배경을 무대 위로 올리는 과정이었다. 연극 문법을 무대화 할 때 한 장소 안에 다 집어넣어야 하는 부분 때문에 생각을 많이 했다. 무대 디자인을 할 때 조명디자이너와 여러 가지 그림을 만들면서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연극과 영화에서 주목할 만 한 점은 내레이션 기법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극에 출연하는 모든 주인공들은 극의 흐름을 내레이션으로 처리한다. 때문에 영화 ‘아들’은 영화지만 소설책을 읽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내레이션은 인물들의 심리묘사를 정확하게 전달할뿐더러 극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러브레터’, ‘캣츠’, ‘프리실라’, ‘명성황후’ 등 수많은 작품에서 작곡과 음악감독을 한 한정림이 극에 참여해 18 곡의 피아노 반주 음악과 주인공 준석이 부르는 5곡의 노래를 작곡했다.

정 감독은 "노래가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지는 않지만 음악으로 보여줬을 때 관객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음악과 노래를 만들었다. 그것이 작업과정 중에서 가장 큰 작업 이었다"고 전한만큼 음악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들 준석 역의 뮤지컬배우 백형훈 역시 “처음 연극이라고 해서 좋았는데 내가 그동안 했던 뮤지컬보다 노래를 더 많이 한다”라고 음악 비중에 대해 언급했다.

연극 ‘아들’은 연극이지만 연극의 틀을 깼다. 영화를 연극으로 옮기는 데 있어 표현하기 힘든 심리 전개를 음악과 노래로 섬세하게 묘사하는 역할을 했다. 자칫 작곡가와 연출자가 공들인 음악은 보조가 될 수 있지만 짜임새 있는 구성력으로 이질감 없이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이 나오는 장면에 몰입할 수 있다. 보통 연극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은 드물다. 만약 노래를 부르게 되는 경우에는 에코 등을 위해 마이크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번 연극에서 배우들은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그 이유 또한 관객과 소통에 중점을 둔 감독의 의도가 들어있다. 관객과 가까이서 함께 한다는 느낌을 위해서다.

또한 다소 느리게 전개되는 극 연출이 인상 깊다. 자칫 지루함이 느껴질 수 있지만 감독은 그것 또한 의도라고 전했다.

정 감독은 “'아들'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부분은 산책하듯 작품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것이었다. 요즘 세상이 빠르게 흘러간다. 느린 템포 안에서 관객들이 작품을 보면서 자신의 아버지, 자신의 자식들 등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을 가졌다. 느리게 걸어가면서 주위를 둘러보며 산책하듯이 이 작품을 관객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연극 ‘아들’은 관객이 ‘이 부분은 왜 이럴까?’ 의문을 던질 수 있는 부분들을 모두 의도하고 제작했다. 그만큼 연출력과 구성력이 뛰어나고 감독이 원한 의도대로 작품을 잘 끌고 갔다는 이야기다.

영화 ‘아들’의 대본을 모두 활용한 연극 ‘아들’은 그만큼 흠잡을 데 없는, 대본 자체로도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평이 있다. 스토리는 물론 연극 무대에 적합한 캐릭터와 탄탄한 플롯이 관객들의 감동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인트가 곳곳에 숨겨져 있는 작품이다.

연극 ‘아들’은 7월24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백융희 기자 historich@enter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