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극중 스타인 주연(김혜수 분)이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가상이지만 이 장면이 코믹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JTBC ‘뉴스룸’을 떠올리게 해서다. 어디에도 ‘뉴스룸’이라고 써져 있지 않지만 바로 연상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뉴스에 스타가 출연하는 대표적 프로그램이 됐다는 말이다.
많은 배우들이 “예능에 출연하고 싶지 않다. 토크에 자신도 없고 시청자들을 웃길 능력도 없다. 웃음 포인트를 놓치거나 전반적인 흐름을 잘 못 따라가는 편이다”라며 “보는 것은 좋지만 직접 참여하는 것은 어렵다. 예능도 하나의 장르기 때문에 소질 없는 사람이 괜히 나가는 것보다 잘 하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면 예능프로그램에 나가 영화를 홍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그것마저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있다.
재밌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고, 영화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영화인의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리고 이 역할을 현재 ‘뉴스룸’이 하고 있다.
지난 16일 영화 ‘비밀은 없다’의 배우 손예진이 ‘뉴스룸’에 출연했고, 이전에는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이 ‘뉴스룸’에 출연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외에도 임수정, 강동원, 휴 잭맨 등 그동안 텔레비전에서 많이 볼 수 없었던 영화인들이 ‘뉴스룸’을 찾았다.
‘아가씨’와 ‘비밀은 없다’의 홍보사인 퍼스트룩은 누가 먼저 출연을 제안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경우에 따라 다르다. 홍보사 쪽에서 출연을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고, ‘뉴스룸’에서 홍보사로 연락을 하기도 한다. 소속사에 먼저 연락이 갔다가 영화 홍보 일정 관련된 것은 홍보사로 넘어오는 경우가 있다. 손예진은 오래 전부터 출연하고 싶어 했었고, 마침 섭외가 들어와 잘 맞았던 것 같다. 양 쪽에서 시기적으로 잘 맞으면 출연하게 된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뉴스룸’에서 섭외가 됐을 때 배우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퍼스트룩은 “예전에는 배우들이 뉴스에 나가는 것이 익숙한 풍경은 아니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선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출연하면서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 고민의 시간은 짧아졌지만 심사숙고해서 결정 한다. 뉴스라고 하더라도 질의응답에 최선을 다해 답변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뉴스룸’을 통해 영화를 홍보하는 이유에 대해 퍼스트룩은 “배우의 성향에 맞춰서 예능을 선택하고 있긴 하지만, 예능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다. 게다가 예능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그 프로그램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뉴스룸’은 예능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 수가 있다. 시간도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 다른 예능은 하루 종일 촬영해서 1시간 방송되는데, ‘뉴스룸’은 생방송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녹화를 하더라도 소요되는 시간은 비슷하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적절한 만큼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예전에는 ‘힐링캠프’나 ‘무릎팍도사’와 같은 토크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요새는 거의 없어졌다. 배우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부족해졌기 때문에 ‘뉴스룸’을 통해 대체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영화를 홍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줄어들다 보니 처음엔 획기적으로 보였던 ‘뉴스룸’출연이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하단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뉴스룸’이 아닌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관심을 얻는 방법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뉴스룸’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장점, 즉 다른 예능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점들은 배우들의 출연의사에 영향을 준다.
퍼스트룩은 “뉴스는 예능도 아니고 쇼도 아니다. ‘뉴스룸’에서는 거대하게 꾸밀 필요도 없고 협의할 것도 없다. 단순히 출연해서 이야기를 하고 오는 것이다. 진지한 마음으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조금 더 획기적인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배우로서 고민과 영화에 대한 고민들을 대중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뉴스룸’을 통해 가십을 만들겠다는 마음은 없다”고 이야기 했다.
배우 김혜수는 “‘뉴스룸’에 영화인들이 출연하는 코너는 영화 홍보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 코너로 볼 수 있다. 배우만 나오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출연한다. 뉴스에서 사건들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한 섹션을 만들어서 정착시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