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한 방송사의 일이라고 할 것 없이 여러 방송에서 자막 실수가 나오고 있다. 사소하게 지나치기도, 형식적으로 사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실수를 활용해 새 콘텐츠, 아이템 등을 만들어내 화를 잠재운 경우가 있다. 같은 실수에 대한 대처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기본 사과형
지난 11일 오후 방송한 KBS2 '불후의 명곡' 측이 방송에 잘못된 아이오아이 멤버 사진과 자막을 내보내 사과 글을 게재했다. Mnet ‘프로듀스101’ 연습생이 포함된 합성 사진을 내보낸 것.
이에 제작진은 한 매체를 통해 방송 직후 수정 작업을 했고 주의하지 못했던 점에 제작진 모두 반성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회의를 하고 있다고 공식입장을 전했다.
지난 4월9일 방송한 KBS2 연예가중계에서 그룹 씨엔블루 정용화의 이름을 정용하로 여러 번에 걸쳐 잘못 표기했다.
이에 시청자 게시판에는 사과 요청 글이 다수 게재됐다.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게릴라 데이트에서 제작상의 실수로 정용화의 이름을 잘못 표기했다. 앞으로 제작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잘못을 인정했다.
지난 21일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사나이’ 제작진은 ‘향년’ 자막으로 인해 공식 사과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방송된 ‘진짜사나이’에서 국군 의무학교에 입소한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다현이 교육생 신상명세서를 쓰는 장면에서 ‘1998년생! 향년 19세’라는 자막이 나왔다. 향년(享年)은 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라는 뜻으로 죽은 사람의 나이를 말하는 단어다. 제작진은 스무살을 전후한 여성의 나이를 뜻하는 ‘방년’을 잘못 사용했던 것.
이에 김민종 PD는 여러 매체를 통해 "명백한 제작진의 실수"라며 "연출자로서 꼼꼼히 체크를 못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자막을 제작하던 스태프가 방년을 잠시 헷갈려 향년으로 잘못 쓴 것 같다"고 사과했다.
보통 자막 실수가 발생할 경우 제작진은 어쩔 수 없이 혹은 직접 나서 공식 사과문을 게재한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사과를 전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행동파 사과형
지난 2015년 7월 방송한 KBS2 ‘해피투게더3’에 이연복 셰프가 출연했다. 이날 이 셰프는 과거 레이먼킴이 ‘해피투게더3’에 출연해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 탕수육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막에는 이연복이 아닌 이영복으로 나갔고 포털 사이트 검색어 1, 2, 3위에 이연복, 이영복, 이원복이 모두 걸려 오히려 더 유명해졌다. 이 실수로 이 셰프에게 방송 출연 없이 이름을 알리는 동시에 ‘해피투게더3’ 출연 기회까지 얻게 됐다.
지난 4월17일 방송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제작진은 배우 박서준의 CF 촬영 현장에 방문했다. 앞서 박서준이 ‘런닝맨’에 출연했을 때 자막 실수로 성이 다르게 나갔다. 이날 제작진은 직접 준비한 도시락을 그에게 가져가 사과를 했고, 다시 한 번 ‘런닝맨’에 나온다면 자막 실수 없이 잘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동시에 재출연 약속까지 했다.
1~2초간의 짧은 실수지만 제작진은 잘못을 인정하고 출연 배우와 그의 팬들을 위해 말 뿐이 아닌 정성어린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제작진과 출연자의 신뢰도가 올라가고, 불쾌할 수 있는 실수에도 흔쾌히 사과를 받아준 출연자의 이미지 또한 좋은 호응을 얻었다. 제작진은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를 기회삼아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낸 것.
이밖에도 제작진의 인정, 사과도 없이 피해 연예인이 스스로 수혜를 거머쥐는 경우도 있다.
♢사과 無, ‘셀프 디스+홍보형’
지난 2015년 5월23일 방송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제작진은 하하의 아들을 아들, 딸 등으로 성별을 오가는 실수를 했다.
이에 하하는 방송 당일 직접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드림이 아들입니다! ‘무도’ 제작진!”이라는 글을 올려 제작진에게 일침을 가했다. 메시지와 함께 청양고추, 풋고추, 꽈리고추 등의 해시태그를 걸어 팬들의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15년 4월13일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제작진은 요리 대결에서 승리한 김풍의 얼굴에 샘킴이라고 자막을 내보냈다.
이에 김풍은 방송 당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래. 자막도 나의 승리가 낯설겠지... 아무리 그래도 내 이름이 샘킴이라니!!!”라는 섭섭함이 담긴 글과 함께 잘못된 자막이 나간 방송분을 캡처해 게재했다.
이는 제작진에게 일침을 가하는 동시에 소위 ‘셀프 디스’를 함으로서 팬들의 웃음 코드를 적중시켰다.
지속적으로 자막 실수가 발생하는 이유는 방송 내에서 다뤄야 하는 콘텐츠의 양이 방대해졌기 때문이다. 또 제작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서 짧은 시간 내에 프로그램 편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데서 발생한 부주의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실수는 발생할 수 있다.
한 방송에서 지속적으로 그런 실수가 나오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무심함으로 지나친 실수처럼 그 대처 또한 무심하게 지나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다고 매번 실수에 다양한 콘텐츠 등을 적용시키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청자와 해당 연예인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
백융희 기자 yhbae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