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방송 View] ‘쇼미더머니’에 끊임없이 고통받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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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net '쇼미더머니5' 캡쳐

“지난 시즌4 때문에 1년 동안 많이 힘들었다. 누리꾼이 얼마나 무서운데. 나중에 진짜 그런 일 생기면 그때 네가 (고통을) 느껴봐야 알지. 아무 생각도 못해” Mnet 예능프로그램 ‘쇼미더머니5’ 1대1 배틀을 펼치기 전 함께 대기실을 썼던 우태운이 면도에게 한 말이다.

당시 면도는 그 말을 깊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장면은 마치 예고와 같았다. 논란의 대상이 우태운에서 면도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영화나 소설 속 복선처럼 그려진 이 장면은 무섭게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우태운은 탈락과 동시에 논란을 벗게 됐다.

‘쇼미더머니’ 시리즈에서 ‘악마의 편집’이나 ‘논란’은 낯설지 않다. 그중 특정 한 명이 논란의 대상이 된 후 ‘희생’과 ‘구원’이 반복 되는 구조는 그동안에 계속 있어 왔다. 시즌3에서는 육지담이 있었고, 시즌4은 우태운이 있었다. 육지담은 이후 ‘언프리티 랩스타1’에서 구원받았으며, 우태운은 시즌5를 통해 구원 받았다.

방송 직후 우태운은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즌4 논란으로 고생한 것과 달리 지지를 받았다. 이는 ‘언프리티 랩스타1’에서 첫 방송부터 욕을 먹던 타이미가 마지막 무대에서 본인의 모든 실력을 보여준 후 박수를 받고 탈락했던 것과 비슷한 장면이다. ‘쇼미더머니’ 관계자는 “편집은 제작진이 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장면에 대해는 알 수 없지만, 연출 의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처음엔 실력이 좋지 않던 참가자가 점점 성장하는 스토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듀서에게 1대1 배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를 물어보니 우태운-면도의 무대를 꼽았다. 4번이나 대결을 펼쳤기 때문에 녹화했을 때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그래서 더 조명을 했을 뿐이고, 당연히 방송이다 보니까 편집이 들어간다. 제작진으로서 시청자가 더 관심 있어 하는 포인트를 살리는 것이다. 시청자들도 성장스토리를 좋아해줘서 이번에 주목을 받는 것 같다. Mnet에 여러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지만 사전부터 의도한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잘 하면 주목을 받는 것이다”고 이야기 했다.

또한 “우태운은 실력이 나아졌기 때문에 박수를 받았다. 그가 처음 출연했던 시즌4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좋지 않은 모습으로 탈락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예선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면도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 잘 했기 때문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끝까지 열정적으로 했고, 그 노력이 주목을 받았던 것 같다”라고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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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TV캐스트 'What Up Show Me' 캡쳐

맞는 말이다. 처음 그들이 욕을 먹었던 것은 실력이 부족하거나 과장된 제스쳐 때문이었다. 하지만 Mnet은 이후로도 끊임없이 그들의 모습을 반복해서 내보내 논란에 불을 지폈고, 그들은 우스운 인물이 되고 말았다. 마치 이들이 없으면 방송 분량을 채우지 못하는 것처럼 굴었다. 그럴 시간에 다른 래퍼들의 무대나 연습했던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쇼미더머니’ 관계자는 “실제 있었던 일이고 지원자가 한 이야기다. 이것을 논란이라고 표현하기보다 그들이 주목을 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언프리티 랩스타1’에 출연했던 타이미와 ‘언프리티 랩스타2’에 출연했던 피에스타 예지는 방송 직후 인터뷰에서 "편집 탓은 안 하고 싶다. 결국 그것도 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제작진이나 출연자 모두 ‘악마의 편집’에 대해 ‘편집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은 그 사람이 한 말 아니냐’라고 프로그램을 옹호한다. 하지만 ‘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맥락’이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했는지에 따라 그 내용은 충분히 달라진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우태운은 부족한 실력만으로 논란이 된 것은 아니었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설마 우태운뿐이었을까. 그는 힙합 비트 중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힙노타이즈’라는 비트를 알지 못해 무시를 당했다. 지난 8일 공개된 ‘쇼미더머니5’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네이버TV캐스트 ‘왓업 쇼미(What Up Show Me)’를 통해 우태운은 "긴장해서 상대방의 말을 못 들었었다. 그건 모를 수가 없다. 이미 제작진이 알려준 곡이다“고 해명했다. ‘언프리티 랩스타2’의 예지 역시 “훅이 뭐예요?”라고 물어 음악에 무지한 인간이 되고 말았지만, 그 역시 여러 훅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고 물어본 것뿐이었다.

우태운은 이렇게 논란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현재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면도다. 시청자들은 면도에게 4전 3무 1패한 우태운에 빙의되어 면도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배틀이 시작되기 전부터 면도를 향해 무한 애정을 보냈던 도끼의 언행도 한 몫 했다. 이 장면은 부당한 장면임에도 편집 없이 그대로 나갔고, 결국 면도는 밉상으로 찍혔다. 현재 면도 역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왓업 쇼미’마지막쯤 우태운은 편애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 편애를 ‘했다’‘안했다’로 대답하는 것 대신 “도끼 씨가 안쓰러웠다. 내가 그 심정을 알기 때문이다.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그게 제일 걱정이 됐다”라고 대답했다. 본인이 겪었던 고통을 또 다른 누군가가 겪지 않길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방송이기 때문에 연출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또한 Mnet뿐만 아니라 많은 방송에서 ‘악마의 편집’을 한다. 하지만 더 이상 상처받는 아티스트는 없어야 할 것이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