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후유증, 만성적 질환 발전 방지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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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당리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천 모씨(37·남)는 약 40일 전 출근길에 집근처 사거리에서 갑자기 끼어든 차량으로 인해 가벼운 충격을 겪었다.

천 씨는 사고 자체가 저속 운행 중에 가벼운 접촉사고였었고, 차량의 파손도 경미하며, 자신 또한 특별히 다친 곳이 없어서 자리에서 합의를 보고 넘어갔다. 게다가 바쁜 회사 일에 쫓겨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지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천 씨는 전에는 없던 허리와 골반쪽의 통증을 느꼈다. 혹시나 해서 짬을 내 병원을 찾아 X-레이를 찍어봤지만 별다른 이상소견이 없었다. 그냥 매일 앉아 일하는 회사원인 만큼 자세가 좋지 않아서 그런가 생각하고 스트레칭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계속되자, 천 씨는 주말에 집근처 한의원을 찾아 재차 진료를 했고, 받은 진단은 바로 교통사고후유증이었다.

국내 차량보유대수가 2000만대를 넘어서며 인구 2.55명당 1대꼴, 3가구(4인가족 기준) 당 2대꼴로 차량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처럼 늘어난 차량대수에 비례해 교통사고 발생 비율도 증가했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발생한 교통사고건수는 총 113만여 건이며, 이로 인한 사상자 수는 약 180만 명에 달했다. 사상자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중상자 수는 약 20만 명 경상자 및 단순부상신고자수가 약 160만 명으로 나타나 전체 사상자 중 90% 가까이가 경상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시 말해 사고의 대부분이 위 천 씨의 사례처럼 접촉사고류이며, 실제 이런 가벼운 접촉사고 후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아, 교통사고후유증을 호소하는 인원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한의사 김정현 원장(단아안이화한의원 부산점)는 “교통사고후유증은 사고를 당한 후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거나 혹은 발현되는 증상을 가벼이 여기고 방치할 경우 발생하는 통증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런 후유증은 사고 후 시간이 경과한 후에 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엑스레이나 MRI 등의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소견을 보이지 않아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후유증의 원인으로 ‘어혈(瘀血)’을 꼽고 있다. ‘죽은 피의 덩어리’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어혈은 교통사고 등 물리적 충격에 의해 발생한다.

김정현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예부터 어혈을 가리켜, 백병필어(百病必瘀)라 해 만병의 근원 중 하나로 봤다. 이런 어혈이 체내를 부류(浮流)하며, 신체 여기저기서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 바로 교통사고후유증”이라 전했다.

이러한 교통사고후유증의 주된 증상으로는 △허리나 목·어깨 등 관절 통증 △두통 및 현기증 △기억장애 및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구안와사 등이 있으며, 이런 증상을 방치할 경우 만성적 증상으로 진행될 수 있어, 발현 초기 바른 치료가 필요하다.

김 원장은 “후유증은 근본 원인인 어혈을 바로 잡아, 틀어진 신체의 균형을 바로 잡고, 혈류의 순환을 조화롭게 해야한다”며,“침, 한약, 물리치료 등 내치(內治)와 외치(外治)를 병행해 치료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1999년 2월부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개정돼 한의원에서도 본인 부담금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어, 한약이나 침·뜸·추나치료 등을 본인부담금 없이 처방이 가능하다.


박기태 기자 (pk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