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방송 View] 저물어가는 ‘먹방’ 시대… ‘쿡방’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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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식신로드2'·'수요미식회'·'테이스티로드'·'맛있는녀석들' 공식 페이스북

‘먹방’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3월 야심차게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한 K STAR ‘식신로드2 LIVE’는 3개월 만에 종영 소식이 전해졌고 지난 2001년부터 MBC 대표 음식프로그램으로 사랑받은 ‘찾아라 맛있는 TV’도 지난 4월, 15년 만에 막을 내렸다.

‘먹방’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각광을 받기 시작해 2010년대 들어서는 케이블 및 지상파 방송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2008년 첫 방송한 MBC 드라마넷 ‘식신원정대’를 시작으로 올리브TV ‘테이스티로드’와 K STAR ‘식신로드’, tvN ‘수요미식회’,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SBS ‘백종원의 3대 천왕’ 등 다양한 ‘먹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 프로그램들은 전국의 소문난 맛집을 소개하고 출연진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대리 만족을 느끼게 했다. 이런 점들은 ‘먹방’을 방송계의 대세 콘텐츠로 자리매김 시켰다.

‘백종원의 3대 천왕’은 심야 시간대에서 주말 황금시간대로 자리를 옮겼지만 시청률은 오히려 반 토막 났고 ‘수요미식회’, ‘테이스티로드’. ‘맛있는 녀석들’의 시청률도 계속 저조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먹방’은 단조로운 콘텐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음식을 먹고 감탄사를 내뱉는 모습이 똑같이 반복되고 비슷한 종류의 방송이 많아지자 시청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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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자신문 DB, '냉장고를 부탁해' 공식 홈페이지

이에 비해 ‘먹방’의 진화 형태인 ‘쿡방’(요리 방송을 일컫는 신조어)은 한물갔다는 지적이 나오고는 있지만 아직 건재한 상태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와 tvN ‘집밥 백선생2’는 한창 잘 나가던 시기에는 못 미치지만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푸드채널로 특화된 올리브TV의 ‘오늘 뭐 먹지’, ‘올리브쇼’ 등을 비롯해 지난 4월 첫 방송한 ‘옥수동 수제자’도 마니아층에게 관심이 높은 편이다.

‘쿡방’은 기존 ‘먹방’이 가진 강점들뿐만 아니라 디테일한 요리 만드는 과정, 레시피 등 시청자들이 ‘먹방’을 보면서 궁금해할만한 요소들까지 갖췄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전문 방송인 못지않은 셰프들의 예능감 또한 프로그램 상승세에 한몫했다.

잠시 주춤하기는 하지만 ‘먹방’과 ‘쿡방’은 버릴 수 없는 콘텐츠다.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소재인 음식을 다룬 방송들의 수요는 언제든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먹방’과 ‘쿡방’이 전성기 시절의 포스를 되찾으려면 더 이상 맛있게 먹고 멋있게 요리만해서는 안 된다. 바쁜 일상 속 밥 한 끼 제대로 챙겨먹기 어려운 현대인들을 위한 실용성 있는 콘텐츠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