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인터뷰-김태리①] ‘첫’ 두려움을 이긴 당당한 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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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우 기자

영화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조선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그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김태리는 극중 하녀인 숙희 역을 맡았다.

영화의 첫 장면은 우중충한 조선의 한 시골 마을에서 한 소녀가 아기를 안고 장대비를 피하고 있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이 낯선 인물은 바로 김태리다. 이번 작품으로 스크린 데뷔를 치른 김태리는 첫 장면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저때 힘들었다.(웃음) 살수차로 비를 엄청 많이 뿌렸고 흙탕물 속에서 아기를 안고 있어야 해서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숙희가 아가씨의 집으로 떠나는데, 그 신은 사실 파란 천막을 대서 찍은 것이다. 나중에 CG로 배경 처리했다.”

숙희가 아가씨의 저택에 도착한 후 만난 사람은 사사키 부인(김해숙 분)이다. 사사키는 자기 멋대로 숙희를 타마코라고 부르는 권위적인 인물이다. ‘타마코는 너야’라며 말 한 마디로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김해숙과의 만남에 압도당할 법도 하지만, 김태리는 특유의 당찬 모습을 보였다.

“김해숙 선생님은 평소에 자상하시다. 촬영 끝나면 귀엽게 말을 걸어 주시는데, 말투가 귀엽다.(웃음) 게다가 숙희는 사사키 부인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숙희가 당찬 아이였기 때문에 나도 주눅 들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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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우 기자

숙희처럼 김태리도 실제 당당하고 주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뭐든지 혼자 척척 잘 해냈던 경험 탓이 크다.

“그런가 보다. 생각해보니 숙희의 성격과 비슷한 것 같다. 주변에서 내게 할 말은 하는 애라고 하더라. 말대꾸를 한다는 게 아니라 소통을 해야 하는 부분에서 확실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 들어갈 때 가족들과 의논하지는 않았다. 원래 결정해놓고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가족들은 내가 혹시라도 잘못된 선택을 할까봐 걱정하시는데, 지금은 황당해도 이해해주신다.(웃음) 내 성격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본인의 선택이었지만, 첫 영화에서 동성과의 베드신을 찍어야 한다는 것은 충분히 두려울 만 했다. 오디션 당시부터 알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마음을 먹고 촬영에 임했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두려움이 올라온 것도 사실이다.

“처음에 두려움이 너무 많았고 걱정도 많았다. 선택하고 나면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라 노출에 대해 개의치 않고 작품에 들어갔었는데, 신을 촬영할 때 되니까 조금 힘들었다. 하지만 힘든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다만 다들 배려해주고 준비를 많이 해주셨다. 현장에서 배우들을 생각한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다들 긴장하셨다. 카메라도 무인으로 조종했다. 감독님도 밖에 계셨고, 암막 커튼 쳐져 있는 상태에서 배우들끼리만 합을 맞췄다.”

제대로 신고식을 치른 김태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 그리고 앞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길 원할까.

“‘아가씨’에서 숙희의 다양한 면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영화로 이미지가 고착되진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연기로 만나 뵙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모습을 기대해줬으면 좋겠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