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유인영은 단아한 말투와 늘 똑같은 미소를 짓고 있지만, 내면에 한 남자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가지고 있는 윤마리 역을 맡았다.
그동안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삼총사' '가면' '오 마이 비너스'까지 다소 날카롭고 어두운 악역으로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단순히 ‘악역이 아니다’를 뛰어넘어 청순미와 털털함, 비련미까지 모두 뽐내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선보였다.
“매 작품마다 애정이 가지만 그동안 밝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특히 이번 작품에 애착이 갔어요. 오랜만에 색다른 캐릭터이기도 해서 의욕이 앞섰고 정말 잘 해내고 싶었죠. 중간 이후에는 평소 보여줬던 모습일 수도 있어서 초반에 정말 잘 하고 싶었어요. 완벽한 변신이라기보다 기존의 각인된 이미지와 그 간격을 줄이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앞으로 새로운 것을 보여줬을 때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덜 갖지 않을까 혼자 만족하고 있어요.”
기존과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는 만큼 준비 과정도 평소와 달랐다. 하지만 마리는 유인영의 실제 성격과 비슷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준비할 때 평소와 차이가 컸어요. 실제로 저는 말투도 느리고 차분한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평소 내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란 생각으로 접근을 했었어요. 이진욱도 원래 친분이 있어서 그 모습이 드라마에 담겨져서 나타나면 좋을 것 같았어요.”
그는 상대방을 지독하게 괴롭히기도 해봤고, 지독하게 당하기도 해봤다. 괴롭힐 때와 당할 때, 과연 심리적으로 어떻게 다를까.
“당하는 것이 편해요. 이번에는 강우 오빠가 괴롭히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죠. 저는 해봤으니까 알거든요.(웃음) 맞는 사람은 잘 맞으면 되는데 때리는 사람은 정말 힘들어요. 게다가 이유 없이 누군가를 괴롭힌다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지 알기 때문에, 힘든 오빠 대신 제가 뭐든 더 신경 쓰려고 했죠.”
배우가 하나의 이미지를 가졌다는 것은 그를 각인시켜주기 때문에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배우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유인영은 이제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 생각은 항상 있어요. 내 안에는 다양한 부분이 있으니까 다른 것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죠. 오히려 신인 시절에 더 다양한 캐릭터를 했던 것 같아요. 딱히 어떤 역할을 꼭 해야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보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제 이미지의 캐릭터만 아니라면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막연하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장르는 영화 ‘화차‘의 김민희 선배 역할이에요. 한 캐릭터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인데, 저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