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그네, ‘캠퍼스’를 지나 ‘중앙도서관’에서 부르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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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그네가 세 번째 EP ‘중앙도서관’을 11일 발매했다. 지나 2014년 첫 EP ‘캠퍼스’를 발매한 그네는 자신의 데뷔 앨범의 연장선인 ‘중앙도서관’을 통해 품고 있던 로망을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중앙도서관’은 지난해 10월부터 구상했던 미니 앨범으로, 콘셉트에 중점을 두고 만든 앨범이에요. 첫 앨범에서 ‘캠퍼스’를 노래했고, 그 다음은 아련한 분위기의 봄을 담았어요. ‘캠퍼스’의 연장선에 서서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어요. ‘중앙도서관’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는데, 책이라는 소재가 문학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이 강해 이번 콘셉트를 책으로 잡고 시작했어요.”

추계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그네는 현재 대학원에 진학 중이다. 소재 자체가 풋풋하다 보니 그의 경험담이 아닐까 싶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의 경험이 담긴 곡이 없다고.

“학교에 대한 로망이 늘 존재했어요. 항상 그 로망들은 저의 상상 속에서 이뤄지곤 했는데,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로망들을 실제로 이뤘냐고요? 아니요.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표출하지 못한 거 같아요. 성격 때문인 거 같은데, 대신 피아노 앞에서 곡으로 표현하게 됐어요.”

‘중앙도서관’은 ‘절교’, ‘맺음 말’, 연주곡 ‘책장과 책장의 사이’, ‘중앙도서관’ 등 총 4곡이 수록됐다. 여성 보컬리스트 한수연과 이민아가 참여했으며 더블 타이틀 중 한 곡인 ‘맺음 말’은 그네가 직접 불렀다. 또한 ‘맺음 말’과 맥락 적으로 이어지는 ‘중앙도서관’ 사이에는 연주곡을 수록하며 앨범의 기승전결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생애 첫 인터뷰라던 그네는 수록곡 한 곡 한 곡을 재생하며, 곡을 썼던 당시의 마음을 꺼내 놓았다.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는 차분히 곡을 설명하며 말을 이어갔다.

◇ ‘절교’, 사랑과 우정 중 하나라면…

‘절교’는 그의 싱글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를 함께 작업한 한수연과 또 한 번 같이 작업한 곡. 그네는 곡 제목을 선정할 때 임팩트가 있고, 내용의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우연히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보며 절교라는 단어가 생각났고, 짧지만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단어를 곡 제목으로 결정했다.

“‘절교’라는 곡은 친구를 하지 않고 연인이 되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우정을 포기하고서라도 사랑과 우정 중 하나를 택하겠다. 우정으로 남기고 싶다면, 그것조차 하지 않겠다는 도전적인 마음을 담은 곡이죠. 전체적인 곡 구상을 끝내고 하루도 안 걸려 완성된 곡이에요. 한수연 씨와도 또 한 번 작업하게 됐는데, 맑은 고음을 잘 소화해 주실 것 같아서 함께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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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맺음 말’ ‘중앙도서관’ 그 남자 그 여자의 이야기

‘맺음 말’은 제목이 주는 느낌상 마지막 트랙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음악을 듣고 나면, 그가 왜 두 번째 트랙에 이 곡을 수록했는지 알 수 있다. 마지막 트랙 ‘중앙도서관’이 여자의 시점으로 진행된다면, ‘맺은 말’은 남자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바라보는 시점이 다르기에 두 곡이 띄는 성격도 차이가 있다.

“이 곡은 모던 록 장르의 곡인데, 그 동안 발라드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어색했었어요. 그런데 생각 외로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작업 방식부터 차이를 뒀었거든요. 밴드 사운드를 어떻게 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지, 세션 멤버들의 많은 도움 끝에 탄생하게 됐어요.”

타이틀 곡 ‘중앙도서관’은 헤어짐을 염두에 두어서 썼다면, ‘맺은 말’은 짝사랑의 느낌을 담고 싶었다. 듣는 이에 따라 헤어지고 하는 이야기 일 수도,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정리하겠다는 끝맺음일 수도 있다.

“저는 가사보다 디테일에 집착을 하는 편이에요. 중앙도서관이라는 장소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끝났다면 어떨까. 가상의 인물을 상상하면서 엇갈린 타이밍에 대한 아쉬움을 말하고 싶었어요.”

◇ ‘책장과 책장의 사이’, 그네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

남과 여의 심정을 드러낸 두 곡 사이 연주곡 ‘책장과 책장의 사이’를 수록하며 가사로 풀 수 없는 감정을 멜로디만으로 담아냈다. 두 곡을 연결하는 역할과 동시에 앨범을 환기한다.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전곡을 이어 듣는다면 ‘절교’와 ‘맺음말’이 나긋한 노래는 아니거든요. 평소 그네의 음악을 들어주셨던 분들이라면 서정적이고 아련한 곡을 생각하셨을 테니까요. 연주곡을 통해 그네의 정체성을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네는 자신의 장점에 대해 콘셉트를 잘 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앨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구상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틀 안에서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고 있다고.

“작곡가로서는 우선 곡을 많이 쓰고 싶어요. 제가 불렀을 때 괜찮은 느낌이라면 그땐 제가 싱어송라이터가 될 수 있지만, 전문성이 필요하다면 다른 보컬 분들께 드리고 싶어요. 당장 인기나 대중성보다 꾸준히 그네만의 색을 표현하다 보면 이 색에 맞는 분들이 들어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효진 기자 yun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