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고용절벽 뛰어넘기, 중소기업이 함께 해야

K는 중소기업 신입사원이다. 매일 아침 아홉 시부터 밤 열 시까지, 장시간 격무에 시달리지만 특근수당을 합해도 대기업 초임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또한 연차는커녕, 남들이 다 쉬는 공휴일에도 나들이 떠나는 사람들과 함께 출근길 지하철에 오른다. 어떻게 입사한 회사인가 싶어 버텨보지만, 임금이 몇 주씩 연체되는가 싶더니 결국 도산에 이른다.

이 일화는 많은 중소기업 입사자들이 실제로 겪는 현실이다. 높은 근무강도와 낮은 임금, 고용불안으로 요약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도 여기서 출발한다. 가파른 고용절벽에도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돌아보지 않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사업체노동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인원 미충원률은 지속적으로 10%를 상회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프트웨어, IT비즈니스 분야의 기술인력 부족률이 가장 심각해, 이 분야의 중소기업 인력 부족률은 대기업의 7배에 달한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가 크다는데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는 매해 벌어지고 있으며, 임금격차는 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중소기업 근로자 평균임금은 대기업 대비 62% 수준으로, 2008년 경제위기 이례 사상 최대 수준의 격차를 보였다. 대한민국 99%의 기업이 중소기업이지만 1%의 대기업에 인재가 몰리는 것이 비단 청년들의 ‘눈이 높아서’는 아닌 것이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청년들이 이직을 결정한 이유 역시 임금수준 불만족(48%)과 작업환경 불만족(24.3%)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중소기업실태조사보고, 중기청)

청년 취업난과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결하는 방법은 결국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데 있다. 이를 위해선 중소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도 중요하지만 중소 기업 스스로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

IT서비스 전문기업 가비아는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한다. 6시 퇴근이 가능해 개발자들은 야근을 한다는 편견을 없애주며, 가정과 양립을 위한 출산/육아 휴직 제도도 잘 갖춰져 있다. 또한 가비아의 2016년 대졸 신입 초임은 3,700만원으로 대기업 수준의 연봉을 보장한다.

일반적인 중소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정책을 편 결과, 2016년 가비아 신입 채용은 87:1로 역대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신입 입사자들은 가장 주요한 입사 결정 이유로 ‘일과 삶의 균형’을 꼽았다. 결혼과 육아, 여가생활 같은 삶의 기본적인 조건을 챙기기 위해 입사를 결정했다는 것만으로, 국내 많은 기업들의 열악한 상황을 함축한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의 기피하는 이유는 결국 기업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보다는 기업 내부의 열악한 환경에 있다. 가비아 인사팀장은 “마땅히 지켜져야 할 퇴근시간이 지켜지지 않고, 근로의욕을 앗아가는 임금 조건 탓에 청년들은 고용절벽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청년들과 상생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함께 하지 않으면 고용절벽은 한층 가팔라질 뿐이다. 오늘날의 취업난을 개인의 노력 부족이나 눈높이의 문제로 치부하기 보다, 기업들 스스로 상생을 위한 준비를 갖추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이정민 기자(j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