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연작 시리즈는 프로듀서 페니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과도기를 겪고 있는 본킴은 페니로부터 10곡 가까이 되는 비트를 받았다. 신기하기만 했다. 과거 다른 가수들의 앨범 크레딧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페니였다. 말도 못 걸었던 형과 함께 작업하게 된 본킴은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나는 언제 페니 형한테 비트를 받아볼까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참 오래살고 볼 일이죠. 걱정하지 말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며 비트를 주셨는데, 그 중 제일 먼저 들었던 게 ‘좋은 꿈 꿔’였어요. 듣자마자 가사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아하는 사운드와 질감. 시대가 변하면서 저 또한 현대적으로 변했지만, 이 음악이라면 제가 변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동안 본킴의 음악을 들었던 사람이라면 ‘좋은 꿈 꿔’를 듣고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화려한 사운드가 사라졌고, 비트 위에는 본킴의 묵직한 로우 랩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본킴의 이야기.
“펜을 움직이지 못했는데, 그걸 깨준 곡이다. 한 번쯤 진짜 나를 말하고 싶었어요.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과정을 겪었고, 이렇게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그걸 해야지만 걸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대로 온전히 전해졌으면 했어요. 음원이 발매되고 그런 피드백을 들으면 보람을 느껴요. 음원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음악이 제일 중요했어요. 가사를 들으셨을 때 그런 변화를 느꼈다고 말해주시면, 충분한 피드백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제 음악의 힘은 이거니깐요.”
본킴은 평범했던 김경철이 랩을 시작하게 된 과정을 ‘좋은 꿈 꿔’를 통해 털어놨다. 굵직한 사연들을 덤덤히 말했다. 여전히 좋은 꿈을 꾸고 있는 자신이, 자신의 꿈을 위해 노래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다.
“참 많은 이야기가 있겠지만, 구구절절 풀어쓰고 싶진 않았어요. 추억팔이를 위해 쓴 곡은 아니거든요. 과정을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저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니까요. 앞으로 발매될 곡에도 제 이야기를 쓰겠지만, 나의 꿈 때문에 음악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겠다는 것을 다짐하는 곡이에요. 다음이 중요한데, 한 곡으로 끝낼 생각이 아니라 어떻게 나아가겠다는 각오가 섰기 때문에 쓸 수 있었어요.”
때마침 페니가 손을 내밀었고, 독립영화 연출자 필롱(PILLON)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게 됐다. 필롱은 6년 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하다 인연을 맺었고, 싱글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됐다.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함께 작업하게 됐어요. 아르바이트 할 때는 나도 언젠가 무대에 서고 내 이름으로 앨범을 발매하고 싶었거든요. 지금은 그때 꿈들을 모두 이뤘잖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목매고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재미있게 해보자 해서 함께 손발을 맞추게 됐죠. 현재는 필롱과 함께 작업 과정을 촬영하고 있어요. 어떻게 편집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결과물이 기대돼요.”
“오래전부터 3가지 꿈이 있었어요. 단독 콘서트를 열고,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것. 또 음악 방송에 출연하자는 꿈이 있었는데, 이루지 못할 것 같았던 것을 생각보다 빨리 이뤘어요. 백발이 되어서도 단독공연을 하는 게 목표인데, 많은 걸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 공연을 하려면 그 신에서 제 자리가 있어야 하고 와줄 사람도 확실해야 하거든요. 이런 목표라면 당장 목표가 없어 방황하진 않을 것 같아요.”
긴 터널을 지난 본킴은 단단해져 있었다. 욕심을 비워낸 자리엔 음악을 채웠고, 그제야 본킴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3 작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좋은 꿈 꿔’가 많은 사람이 좋은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음악이 되길 바란다던 본킴. 시간이 흘러 백발이 된 그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마지막 꿈을 이룬 그의 무대가 보고 싶어졌다.
윤효진 기자 yun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