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본킴①] 김경철, 긴 터널 끝에서 본킴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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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의 공백기 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했다.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본킴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한참을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시간이 필요했어요. 많은 것을 내려놓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본킴은 낮은 목소리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올해 데뷔 17년차를 맞은 그는 랩을 처음 시작한 그때로 돌아가 있었다.

“음악을 하면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어요. 본킴이 아닌 진짜 나로 변화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 깨닫는 시간이 필요했던 거죠. 곡이 써지지 않을 때는 책을 읽고 작업실에서 놀았어요. 그런 시간을 다지면서 서서히 저를 찾게 되더라고요. 아 나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그 시간이 조금 길어졌지만요.”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우연히 이전에 발매했던 음악들을 들었는데, 화만 잔뜩 내고 있던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게만 느껴진 것. 듣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잘하고 싶었던 음악을 해온 본킴을 마주했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을 보자, 멈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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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니, 환경이나 상황에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어요. 분명 음악을 하고 있는데 갈증을 느끼더라고요. 채워지고, 힐링이 돼야 하는데 음악을 일처럼 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주변에서 성공해야지, 앨범 내야지 하니 명예, 인기로 확인받고 싶었던 거죠. 사실 그러려고 음악을 시작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작업실에만 있었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어느 순간 제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재밌어지더라고요. ‘이게 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 내 음악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어요.”

성과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본킴은 멈추고 나니 비로소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본킴이기 이전에 김경철로 돌아와 음악을 시작한 이유부터 다시 찾아 나섰다. 그 과정에서 본킴은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아야 했다.

“저는 24시간 화를 내고 성이 나 있는 사람이 아닌데, 10년 가까이 다른 소리로 연출하다 원래 목소리로 하려니 뜻대로 안 되더라고요. 랩을 타이트하게 하는 스타일인데, 리듬 패턴도 바꾸려 하니 변화의 시기가 필요했어요. 기타를 속주로 치던 사람이 베이스로 레이백을 하려 하니 처음부터 다시 하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못해낸다면 음악을 관둬야겠다 생각할 정도로 간절했어요. 그 사이 피처링을 참여하기도 했는데, 듣는 사람들이 별로다. 본킴 끝났다는 말을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났을 때 저의 변화하는 과정들이 보일 것 같아서 두는 질끈 감고 애썼죠.”

모든 걸 내려놓으니 여유가 생겼다. 다시 펜을 들고, 음악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자 본킴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김경철이 본킴이 된 이유. 그 과정을 담고 싶었다.

“과도기를 보내면서 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남겨줘야겠다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뭐든 빼곡하게 채워 전달했기 때문에 공간이 전혀 없었어요. 심적인 여유가 생기니 들어올 수 있는 자리가 생긴 것 같아요. 모든 걸 설명하려 하기보다,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된 거죠.”

본킴은 ‘좋은 꿈 꿔’를 시작으로 3 연작에 돌입했다. 그 시작점인 ‘좋은 꿈 꿔’는 진짜 본킴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 번쯤 말하고 싶었던 본킴 본연의 이야기. 신학공부를 하던 신학생 김경철이 래퍼 본킴이 된 과정을, 온전히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했다.


윤효진 기자 yun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