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인터넷 소성렬기자] 대학에서는 건축을, 대학원에서는 영상학을 전공하고 사진으로 도시를 만나는 작업을 해 온 건축 사진작가 이인미가 오랜만에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전시를 연다. 오는 6월 1일부터 14일까지 종로구 창성동 갤러리 자인제노에서 갤러리 인근의 경복궁을 비롯한 전통 건축물을 프레임에 담아 선보인다.
이전의 작업에서 이인미 작가는 도시의 숨가쁜 생명력을 따라 잡기 위해 혹은 일상적 기억을 회복하기 위해 도시의 풍경들을 만나왔다. 작가는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스펙터클한 거대도시의 현란한 컬러를 흑백으로 환원하고, 그 음흉한 프레임의 어둠 속에 일상을 새겨 넣었다.
이인미에게 있어서 도시의 풍경은 어둠 속에 버려진 생존의 두레박이거나, 어둠이 잘게 부서져 박명으로 빛나는 각진 생존의 터전으로 투사됐다. 이번 작업은 20여년전 전통건축 도서에 사진 저자로 참여했으면서도 한번도 전통건축 사진들을 전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그녀에게는 다소 파격적인 기획이었다.
출판이라는 목적을 가진 일이라고만 받아들여 본인의 사진작업이라기보다는 도큐먼트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작가는 마침 경복궁 근처에 위치한 갤러리 전시를 앞두고 천천히 돌아앉아 지긋하게 내려놓는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녀에게 사진은 세상을 보는 방법이다. 새벽 틈 시리게 물든 산사, 오래도록 빈터를 지켜온 석탑, 마을 가운데 묵묵히 앉은 한옥 한 채, 처마 끝 모양으로 드리운 햇살에 잘려진 마당, 언덕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정자, 두툼하고 화려한 궁궐, 많은 이들의 손길이 닿고 닿은 기둥, 겹겹의 문틀 넘어 보이는 다져진 공간을 특유의 감수성으로 담아내고 있다. 전시 기간 동안 6월 첫째 토요일인 4일에는 해설이 있는 갤러리 국악 콘서트가 곁들어져 전통건축의 미학이 한층 격조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작가 이인미는 누구?
과거의 흔적이 어느 도시보다 빠르게 지워지고 있는 부산에서 일상적 기억을 회복하기 위해 또는, 잠시도 머물지 못하고 변화하는 도시의 숨 가쁜 생명력을 따라 잡기 위해 사진으로 도시를 만나는 작업을 하고 있다.
‘Another frame(심여화랑, 서울)’, ‘다리를 건너다(2011, 대안공간반디, 부산)’ 등 4번의 개인전과 ‘2012 부산비엔날레-배움의 정원(부산시립미술관, 부산)’, ‘집을 말하다(2011, 클레이아크건축도자미술관, 김해)’, ‘부산, 익숙한 도시, 낯선 공간(2011신세계센텀시티갤러리, 부산)’, ‘ decentered(2009, 아르코미술관, 서울)’, ‘도시와 미술(2000, 부산시립미술관, 부산)’ 등 다수의 기획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나는 도시에 산다(2008,비온후)>, <한국건축개념사전(2013, 동녁)>, <창덕궁,(2007, 눌와)>, <김봉렬의 한국건축이야기(2006, 돌베개)>,
소성렬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