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리뷰] 거짓말-침묵-외면, 그렇게 ‘양치기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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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양치기들' 포스터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이 영화는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거짓말로 인해 곤경에 처한 남자의 이야기다. 우화 속 ‘양치기 소년’은 현실에서 양치기‘들’로 존재했다.

영화 ‘양치기들’(감독 김진황)은 거짓말을 파는 역할대행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완주(박종환 분)가 살인사건의 가짜 목격자 역을 의뢰받은 후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다.

완주는 한때 배우의 삶을 꿈꿨지만 현재는 역할대행업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어느 날 완주는 살인사건의 가짜 목격자가 돼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죽은 피해자 엄마라는 의뢰인의 말을 덥석 믿고 그는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되기 위해 연기를 펼친다.

하지만 의뢰인의 말은 이내 거짓으로 밝혀졌고, 완주는 자신이 한 거짓말이라는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진실을 쫓는다. 그러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하고, 또 다른 형태의 거짓말쟁이들을 만난다. 감독은 이런 아이러니함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관객들을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피해자의 죽음 주변에는 거짓말이 가득하다. 완주는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광석(송하준 분)은 보았지만 보지 않았다고 침묵하고, 영민(윤정일 분)은 진실을 외면한다. 적극성의 차이일 뿐 모두 양심을 속인 ‘거짓말쟁이들’인 것이다. 이런 거짓말쟁이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서 하나의 완벽한 거짓이 탄생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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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양치기들' 스틸

범죄드라마이기 때문에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감독은 사건보다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불안한 심리를 세세하게 다룬다.

특히 완주의 두 가지 직업인 연극배우와 역할대행업자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짜임새 있게 표현한다. 완주는 가짜 진술을 위해 대본을 외우는 연기자처럼 연습한다. 가짜 애인도 되어 주고 나이트 부킹도 대신 해주는 역할대행업자로서는 비겁한 태도를 선보인다.

이외에도 감독은 군대 가혹 행위라든가 연예인 캐스팅 비리 문제 등 우리 사회의 얼룩들을 담아낸다. 다만 주인공의 엄마가 아파 수술비가 필요하다는 설정은 나쁜 짓을 하는 주인공을 욕할 수 없는 최소한의 장치이긴 하지만 너무 진부하지 않나 싶다. 6월2일 개봉.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