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천우희①] “무명, 혼란스럽지만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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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에서 무명 역을 맡은 천우희는 잠깐 등장으로 확실하게 관객들을 현혹시킨다.

무명은 신비로운 캐릭터이며, 종구(곽도원 분)에게 끊임없이 혼란에 빠뜨린다. 모호한 선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관객들마저 현혹시키던 천우희도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감독님께 ‘대혼란’이라고 말했었다.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도 내게 ‘이게 뭐야?’라고 물어보더라. 내가 느꼈던 감정도 바로 그것이었다.(웃음) 하지만 영화가 주는 여운이 있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답을 찾기보다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하게 해준다.”

천우희는 121회차 촬영에서 20회차를 찍었다. 많이 등장하지 않지만, 모든 신이 중요하고 모든 대사가 의미심장하기 때문에 대사 하나하나가 고민됐을 법 했다.

“다들 ‘어떤 연기를 했어?’라고 물어보는데 대답하기에 너무 난감했다. 그냥 영화를 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본 사람들도 내 존재가 무엇인지 다들 물어봤을 정도로 설명하기 힘들다. 하지만 의미 부여를 하다보면 끝도 없다. 의심을 하는 것은 종구이지, 내가 종구를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를 말하려고 했다. 대사를 어떻게 전달하고 어떤 정서로 다가가야 할까 고민하기보다 조금은 편안하게 연기를 했다. 가지고 있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전달했다. 그것을 어떻게 느끼느냐는 상대방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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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우 기자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범인이다. 앞서 곽도원조차 나홍진 감독에게 “그래서 무명과 외지인의 정체는 무엇인가”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곽도원 선배는 종구의 시선으로 봤기 때문에 헷갈렸겠지만, 나는 무명의 시선으로 바라보니까 알겠더라. 내가 어떤 임무를 가지고 있고, 전달해야 하는지는 정확했다. 물론 영화 전체로 봤을 때 무명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감독님께 이 이야기를 왜 만들었는지 계속 물어봤는데 답변을 피하셨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참 후에 또 물어 봤더니 평소에 여러 가지 사건들이 우리에게 벌어지는데, 신들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과연 그때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연기했던 것이 옳다고 하셨다.”

‘곡성’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것들로 가득 차 있다. ‘곡성’이 제 69회 칸 영화제에 입성한 만큼 외국인들은 ‘곡성’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 것인지 궁금하다. 천우희는 “외국인들도 분명하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오컬트 요소가 한국적으로 풀어졌다. 무속신앙 등 낯설지만 흥미롭다. 우리 영화를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고 자신했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