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고은은 데뷔 이후 꽤 오랜 기간 ‘은교’로 불렸다. 신선하고 강렬한 캐릭터의 영향이다. 하지만 이내 달콤한 자리를 박차고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등의 작품을 통해 강하고 센 이미지를 더했다. 첫 드라마 케이블채널 tvN ‘치즈인더트랩’에서는 여대생 홍설 역을 김고은 식으로 소화하며 시청자들의 우려를 감탄으로 바꿨다. 시작부터 파격적인 김고은의 필모그래피 속 캐릭터는 비슷함이 없다. 이번엔 삐뚤어진 여고생이다.
“데뷔 후로도 얼마 간은 ‘괴물 신인’이라고 불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신인이라는 말이 제 이름 앞에서 빠졌어요. 제 안에서 신인과 아님의 차이는 작품을 선택할 때 드러나는 것 같아요. 신인일 때는 내가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주요 포커스였거든요. 신인 타이틀이 있을 때 다 도전 해보고 싶었어요. 이런 거 저런 거 너무 재지 말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주의였죠.”
첫 작품인 ‘은교’는 그가 학생일 때 만난 작품이다. 무지한 상태에서 우연하게 시작했고, 감독님과 선배님들의 엄청난 배려 속에서 촬영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많은 칭찬과 주목을 받았다. 갑자기 찾아온 관심과 유명세에 붕 뜰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그걸 깨기 위해 온 몸으로 부딪혔다.
“일단 칭찬으로 시작했으니, 다음 작품에서 이보다 더 큰 칭찬을 받아야겠다는 생각보단 그냥 부딪히는 과정을 겪고 싶었어요. 제가 스스로 정한 20대의 목표는 기복을 없애는 거예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까 고민도 많이 해요. 스스로 한계를 짓고 싶지 않은 거죠. ‘은교’ 이후 ‘몬스터’ ‘차이나타운’ ‘협녀’ 와 같은 작품들도 사실 처음엔 다 망설였던 작품들이에요. 이 작품 속의 감정선을 겪어보지 않았는데, 이걸 할 수 있다고 선뜻 결정하는 게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안했으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아요. 오히려 하고 나니까 ‘두려움이라는 건 극복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사실 김고은은 대중이 자신을 강하고 센 이미지로 보는지, 부드러운 이미지로 보는지 크게 체감하지 못한다. 그저 연기에 대해 계속 욕심이 생기니, 그 욕심에 맞게 노력할 뿐이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 거친 캐릭터와 여린 캐릭터를 고루 맡아 연기한 것도 당연히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지금까지는 제가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대한 부분은 거의 생각하지 않고 작품을 선택했어요. 저의 행보 자체가 ‘나는 이렇게 보여질거야’라고 염두 했다기보다는 그저 제 자신에게 포커스를 맞춘 거죠. 내가 이 작품을 하면 어떤 배우들과 함께 하고, 이 작품을 통해 또 뭔가를 배울 수 있겠다는 것이 가장 중요했으니까요. 연기에 대한 갈증과 욕심은 늘 있지만 칭찬과 성공에 있어서는 다급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연기 잘 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기보다는 성장하고 싶어요. 제 연기에 설득력이 생겼으면 해요. 제가 백날 ‘이런 의도로 연기했다’고 해봤자 보는 사람이 그렇게 느끼지 못하면 소용없잖아요. 특정 작품에서만 설득력을 가지는 게 아니라 모든 연기에서 보는 사람의 공감을 얻고 싶어요.”
진보연 기자 jinb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