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지난 4월28일부터 7일까지 열린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코리아 시네마 스케이프 섹션으로 초청되어 대중들과 처음 만났다.
‘아티스트: 다시 태어나다’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화가 지젤(류현경 분)이 입시생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중 미술품의 진가를 한 눈에 알아본다고 자부하는 갤러리 관장 재범(박정민 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범죄를 통해 예술 계열의 허(虛)를 풍자한 작품이다.
‘화가가 죽어야 그림 가격이 오른다’는 말이 있다. 김경원 감독은 영화 내내 예술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어느새 희소성과 평론가의 평가의 문제로 바뀌어버린 현실을 꾸짖는다.
“예전에 예능프로그램에서 어떤 연예인이 한 작품을 구입했다며 그 예술가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반어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전거를 발명했다는 설도 사실 다빈치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에서 꾸며낸 이야기라는 음모론도 있다. 한 명의 천재를 만들기 위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서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김경원 감독)
지젤(류현경 분)은 우연한 기회에 죽음을 경험하고 나서 예술가로서 신념과 모순에 대해 생각하고, 스스로 자아를 되찾는다. 반면에 이 일을 계기로 재범(박정민 분)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런 점은 일반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와 닿는 지점이다.
“아티스트 이야기지만 꼭 아티스트의 신념으로 한정짓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도 각자의 신념이 있는데, 변질되는 경우가 있다. 다들 그런 점에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류현경)
“재범이는 자신의 생각을 확고하게 믿고 가다가 어떤 한 사건 때문에 현실로 확 들어와 버린다. 지젤의 작품을 모두 사들였는데 지젤이 다시 살아났을 때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현실적인 압박을 느낀다. 재범이뿐만 아니라 신념이 있는 사람들도 현실에 굴복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도 그렇다.”(박정민)
지젤과 재범은 신념이 확고한 사람이지만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류현경과 박정민은 캐릭터의 이런 성격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 했다.
“지젤은 신념과 뚜렷하고 생각이 많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냥요’라고 말해버린다. 그 말 안에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 대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류현경)
“나도 마찬가지다. 재범이가 신념을 지키려는 모습 중 삭제된 장면이 있는데, 술에 취해 ‘좋은 작품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냐’고 울부짖는다. 재범이는 자신의 신념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삭제된 것이 맞았던 것 같다. ‘어떻게 할거야!’라는게 아니라 툭툭 치고 나가는 게 좋았다.”(박정민)
“중심부만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그 부분을 부득이하게 뺐다. 작품의 2/3 정도까지는 풍자를 하고, 마지막 15분 정도 궁극적인 메시지를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편집했다.”(김경원 감독)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