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MBC가 22년 만에 공채 MC를 선발했다. 총 900여 명이 지원했으며, 최종 2명이 뽑혀 6개월 동안 MBC의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할 예정이다. 허수경, 조영구, 이매리, 지석진에 이어 MBC의 간판 얼굴이 된 주인공은 바로 공유미와 권세린. 극과 극의 성격을 지닌 두 사람은 MBC 출입증이 낯설고 신기하기만 하다. 이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MBC 공채 MC가 됐을까. 그리고 6개월의 시간 동안 어떤 목표와 각오로 임하고 싶을까.
서울대 체육교욱과를 졸업해 2013년 미스춘향 숙 출신 공유미(26)는 아시아경제TV 아나운서로 활동 중 MBC MC 공채 소식을 접했다. 방송인이 꿈이었던 공유미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공유미와 함께 합격한 권세린(25)은 처음 공채 시험에 응시했다.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지만, 방송인에 대한 꿈을 놓지 못한 그는 장진 감독 아래에서 연극을 시작했다. 우연히 어머니가 MC 공채 공고를 보고 추천했고, 망설임 없이 응시했다. 우연처럼 본 첫 공채를 통해 운명처럼 방송인의 꿈을 이루게 됐다.
“믿기지 않는 순간이 오면 한없이 차분해지는데, 최종 합격 전화를 받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이전에 아시아경제TV에서 아나운서를 하고 있었는데, 방송 들어가기 직전에 (감정) 주체를 못하겠더라고요. 사실 전날 MBC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하냐고 물어보셨어요. 확인 차 전화하셨다는데 설레발은 칠 수 없잖아요. 시험 보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는데, 합격하게 되니 너무 기뻤어요.” (공유미)
“사실 2차 면접을 같이 보신 분들이 너무 잘 하셔서 마음을 비우고 있었어요. 저도 합격 통보 하루 전 날 전화가 와서 연극 언제까지 하냐고 물어보셨어요. ‘제가 된 거예요?’라고 물어봤더니 최종 통보는 내일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운동 중에 연락을 받고 소리 질렀어요. 내가 뽑혔으면 4~5명 정도 합격했겠다 싶었는데, 최종 2명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권세린)
첫 출근을 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MBC 출입증을 목에 걸었다. 인터뷰 도중 출입증을 만지작거리며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던 두 사람은 극과 극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공유미는 차분했고, 권세린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 같았다. 상반된 매력의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이들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2명이 뽑혔다 길래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일 거라 생각했었어요. 많은 분들이 저희를 보고 둘이 반반씩 섞어 놓으라고 하세요.(웃음) 유미 언니는 이전에 많은 방송 경험이 있지만 저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에요. 최근 섹션TV 인터뷰를 하는데 다리를 꼬고 있더라고요. 실천하려고 하는데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어 있었어요. 아무래도 MBC가 저희의 가능성을 보고 뽑으 신게 아닐까요?” (권세린)
“박지윤, 전현무 선배님 같은 방송인이 되고 싶었는데, 그분들처럼 되려면 아나운서 밖에 길이 없다 생각했었어요. 아나운서 시험을 볼 때는 제가 뻣뻣하다 느낄 정도로 절제하고, 제 안에 것들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솔직하게 욕심을 버리고 시험을 보다 보니 제 다른 모습이 보인 것 같아요. 늘 꿈꾸고 있던 방송국에 제가 원하던 방향으로 입사하게 돼 좋습니다.” (공유미)
이들은 왜 방송인의 꿈을 꾸게 됐을까. 권세린은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어린 나이에 비해 많은 경험을 했다. 공유미 또한 고등학교 시절 한국무용을 전공했고, 체육교육과에 진학한 이후 방송인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성장 과정을 겪어왔지만, 이들이 이루고 싶은 꿈은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압박감을 느끼지 않고 살았던 것 같아요. 자유롭고 예의는 갖추되, 창의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세상에서 자랐어요. 깊은 생각을 할 때도, 항상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했어요. 연극을 할 때도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을 대하는 게 편했거든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게 해주신 어머니 덕도 큰 것 같아요.” (권세린)
“저는 전형적인 한국인 스타일로 자라왔어요. 스스로 압박감을 느끼는 스타일이에요. 원래 한국무용을 전공해서 자연스럽게 예고에 진학하게 됐는데, 부모님께서 성적이 떨어지면 무용을 시키지 않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공부와 무용에 모두 전념해야 했어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체육교육과에 가서 다른 걸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MC로 뽑혔지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지도 의문이에요. 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일대일로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공유미)
각자의 목표를 갖고 새로운 시작점에 놓인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걷게 됐다. 경쟁 끝에 적에서 동지가 된 공유미와 권세린은 이들에게 주어진 6개월의 시간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를 밝혔다.
“스튜디오 물도 좋지만 관찰 예능 같이 자연스럽게 하는 걸 시도해보고 싶어요. 아주 잠깐이지만 아나운서라는 직업도 경험해봤고, 세린이가 갖고 있는 자연스러움이 저에게는 부족한 것 같거든요. 억지로 하면 딱딱한 할 것 같아서, 정글에 던져 놓으면 살려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 혼자 산다’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아 그리고 모두가 하고 싶어 하는 ‘무한도전’도요” (공유미)
“저는 MBC 공채 MC가 됐을 때 제일 먼저 생각한 건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었어요. 많은 분이 보조로 출연하고 있는데, 그런 자리에 출연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건 이야기 위주에 토크쇼였어요. 실시간 채팅을 하면서 한 분 한 분 모셔서 고민 상담을 들어주는 건 어떨까 싶어요. 현실적으로는 ‘섹션TV'에서 해외 배우들을 인터뷰 하고 싶어요. 정말 자신 있거든요. 큰 것부터 시작하기보다 작은 것부터 6개월 동안 하다 보면 좋은 MC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권세린)
이들에 주어진 시간은 단 6개월. 주어진 시간 동안 내공을 쌓고, 갖고 있는 재능들을 모두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공유미와 권세린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가슴에 붙은 ‘MBC 공채 예능 MC’라는 타이틀에 누가 되지 않게 잘 해내고 싶단다.
“저의 시작이 MBC 공채라는 것이 행복해요. 저는 저의 직장이 자랑스럽거든요. 방송국에서도 저라는 사람을 처음 발굴한 것이 자랑스러웠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낼 것이고요.” (권세린)
“나만의 방식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는 9월 계약이 끝나는 시점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잘해서 계속 이어간다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다른 길이 열리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면 고지식해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올곧은 사람이고 그런 심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진행에 녹아 나올 것이고, 대중들에게도 온전히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공유미)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그 시작의 경계에 나란히 선 공유미와 권세린은 동료로, 선의의 경쟁자로 6개월의 시간을 함께 보낼 예정이다. 두 사람이 6개월이 지난 후 얼마큼 성장해있을지, 그리고 어떤 방송인으로 거듭나 있을지 궁금해진다.
윤효진 기자 yun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