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곡성’에 대한 스포일러를 봤다면 당신은 이 영화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다.
영화 ‘곡성’이 스포일러(이하 스포)와 전쟁을 펼치고 있다. 여러 가지 상징적인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에 한 번에 영화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결국 ‘스포를 보고 가라’는 사람들과 ‘보지 말고 가라’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곡성’은 개봉 8일 째(18일 기준) 누적 관객수 300만 명을 돌파했다. 호불호가 갈림에도 불구하고 흥행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것도 대중의 관람 욕구를 자극시킨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해석은 결과가 확실하지 않았을 때 가능한 것이다. ‘곡성’ 관계자에 따르면 ‘곡성’은 원래 시나리오와 달리 결말이 바뀌었다. 그리고 찍어놓은 ‘어떤’ 신을 편집해서 들어냈다. 그 결과 황정민ㆍ외지인ㆍ천우희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강력한 힌트가 사라졌다.
이와 같은 스포일러를 알아낸 대중은 누가 나쁜 사람인지 확신을 갖고 영화를 보게 된다. 종구(곽도원 분)가 의심에서 확신으로 가득 찼을 때 다른 것을 보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스포를 보지 못했다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할 부분이 많아진다. ‘곡성’은 성경 구절로 시작해서 끊임없이 상징적인 행위가 나온다. 등장인물도 악마를 가장한 신인지, 신을 가장한 악마인지 모호하다. 범인은 경찰이 말한 대로 독버섯일까, 아니면 황정민ㆍ외지인ㆍ천우희 중 한 명일까라는 의문을 지속적으로 던진다.
이렇듯 ‘곡성’의 키워드는 ‘의심’과 ‘혼란’이다. 종구는 마을의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이 외지인이라는 소문을 듣는다. 특히 자신의 딸이 아프기 시작하자 딸의 병과 외지인이 관련돼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고, 그것은 확신으로 변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절대로 현혹되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종구와 관객은 현혹되고 만다. 마치 신은 끊임없이 의심하는 종구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다. 그리고 종구와 함께 끊임없이 의심하는 관객들을 내려다보는 것은 나홍진 감독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처음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후 “해석의 여지가 많고, 캐릭터들도 모호하다”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나왔다. 이때 나홍진 감독은 “나쁜 뉴스가 계속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과연 신이 계실까 궁금했다. 만약 있다면 선할까란 생각이 들었는데, 결과는 내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나 감독은 “관객이 보는 대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일본인이 보여준 마지막 모습도 마찬가지다. 그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든 비꼬아서 받아들이든 이것은 보는 사람의 몫이다”라며 해석은 관객들이 보고 싶은 대로 보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이들의 정체를 확실하더라도 여전히 관객의 판단에 맡기는 부분이 남아 있다. 외지인 역할을 했던 쿠지무라 준은 “마지막 장면에서 나와 만나는 사람은 나를 하나의 존재로 확신 한다. 그래서 (그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보고 싶은 대로 본 것일 수도 있다”며 해석의 여지를 열어 놨다.
‘곡성’ 관계자는 스포가 영화를 보는데 도움이 될 것인가란 질문에 “모든 영화가 그렇겠지만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자의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영화를 본 이후에는 해석할 것들이 있으니까 그 부분을 해소하는 의미로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평론을 보는게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