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영화 View] 칸에 간 ‘아가씨’, 그녀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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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가씨' 포스터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칸에서 경쟁부문이라는 시험을 치르고 있다. '아가씨'의 최종 칸 성적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현지 반응은 엇갈린다.

지난 11일 개막한 제69회 칸 영화제가 폐막까지 단 사흘 남았다. 절반 이상의 작품들이 공개돼 평가를 받았고, 수상을 기다리는 중이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으로는 총 21개 작품이 초청됐고, 황금종려상·심사위원대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감독상·각본상·심사위원상 등 부문으로 시상된다.

우리 영화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은 지난 2012년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후 4년 만이다. ‘아가씨’에 대한 남다른 관심의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의 국적이 유럽 14개, 북미3개, 남미(브라질) 1개, 아시아(대한민국, 필리핀) 2개, 중동(이란) 1개로, 유럽 영화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아가씨’는 아시아를 대표할 영화로도 볼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아가씨’는 칸 영화제 개막 이틀 째 되는 날 칸 영화제 기간에 발행되는 잡지 중 하나인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표지를 장식했다. 외신들의 ‘아가씨’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칸 현지 상영 후 ‘아가씨’에 대한 평가는 다양했다. 각국 평론가 11명의 평가가 실리는 ‘스크린 인터내셔널’ 데일리(이하 스크린 데일리)에서 평균 2.1점(4점 만점)을 받으며 현재 뒤에서 두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2009년 심사위원상을 받은 ‘박쥐’역시 평균 2.4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평점이 공개되자 박 감독은 “그간 영화도 평균이 높지 않았다"며 평점에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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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로튼 토마토

반면에 영화 전문 비평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아가씨’는 신선지수 92%(만점 100%)를 받았다. 이는 역대 박찬욱 감독 연출작 중 가장 높은 점수로, ‘올드보이’(80%), ‘박쥐’(81%)를 웃도는 점수다. 로튼 토마토는 영화를 관람한 비평가들의 점수를 모아 신선도 지수를 매기는 것으로 할리우드 리포터, 버라이어티, 가디언 등이 평가에 참여했다.

‘아가씨’의 수상 여부는 다른 작품들에 달려있다. 개막 8일 째 지금까지 13편의 작품이 상영됐다. 스크린 데일리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작품은 독일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어드만(Toni Erdmann)'으로 3.7점을 기록하며 황금종려상 수상이 점쳐지고 있다. 미국 짐 자무시 감독의 '패터슨(Paterson)'이 평점 3.5점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영화는 2점을 받은 니콜 가르시아 감독의 ‘프롬 더 랜드 오드 더 문(From the land od the moon)’이다.

이들 이외에 거장 감독의 신작 역시 주목할 만하다. 비록 스크린 데일리 점수는 낮지만, 이 점수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신작을 무시할 수 없다.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외에도 노장 켄 로치의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는 평점 2.4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2006년 제59회 칸영화제에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2012년 65회 칸영화제에서 ‘엔젤스 쉐어(The Angels' Share)’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영화제 후반부에 공개되는 거장의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1999년 ‘로제타(Rosetta)’와 2005년 ‘더 차일드(The Child)’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한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 감독의 ‘언노운 걸(The Unkown Girl)’, 2007년 '4달, 3주 그리고 2일(4 Months, 3 Weeks & 2 Days)’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그래듀에이션(Graduation)', 그리고 2009년 만 19세 나이에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I Killed My Mother)’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 3관왕을 석권하고, 이후 꾸준히 칸 영화제를 찾고 있는 자비에 돌란의 '단지 세상의 끝(It’s only the end of the world)’이 있다.

제69회 칸 영화제는 오는 22일 폐막식에서 각 분야의 수상작을 공개한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