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이 제69회 칸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 현지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난 18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는 ‘곡성’ 프레스 시사회가 열렸다. 이어 이날 오후 10시에 같은 장소에서 공식 상영회를 진행했다. 극장은 2층까지 가득 채워질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자리했다.
156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는 관객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 내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온 몸으로 고생을 펼친 곽도원의 열연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쿠니무라 준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비롯해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천우희의 모습과 영화 중반부에 등장한 황정민의 모습은 긴장감에 날을 바짝 세웠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 전반에 걸쳐 성인 배우 못지않은 연기 내공을 선보인 아역 김환희의 열연은 ‘곡성’의 백미로 손꼽힌다.
시사회 후 한 외신 기자는 “칸에서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웠다.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이며 연출 또한 훌륭했다”고 극찬했다.
또 영화를 전공하는 프랑스 학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하며 정말 재미있게 봤다. 특히 작은 소녀(김환희 분)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곡성’은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기이한 소문 혹 미스터리하게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그들은 놀라고 무서움에 사로잡혀서 보고 있는 것을 영으로 생각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고 마음에 의심을 품느냐. 내 손과 내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나를 만져 보아라. 영은 살과 뼈가 없지만, 너희가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살과 뼈가 있느니라.’
‘곡성’의 시작은 성경 누가복음 24장 37~39절의 내용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이는 죽은 지 3일 만에 부활해 제자들 앞에 나타난 예수가 한 말이다. 제자들은 예수의 존재에 의심을 품는다. ‘곡성’ 또한 외지인에 대한 의심에서 이야기가 비롯된다.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의심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을 남긴다.
나홍진 감독의 의도대로 ‘곡성’은 심리적 혼돈의 극대화를 통해 상황과 결론을 제시한 뒤 관객들에게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국내는 물론이고 칸 현지의 시사회 후에도 관객들은 ‘곡성’의 결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주고받는 상황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처럼 강한 이미지 묘사를 통해 관성을 얻고 이후 상황을 이끌어가는 영화를 만들어왔던 나 감독은 ‘곡성’에서는 관객들에게 긴장을 이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그 안에서 또 다른 긴장을 만들어냈다.
‘추격자’로 제61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황해’로 제64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바 있는 나 감독은 ‘곡성’으로 다시 한 번 칸의 인정을 받으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제69회 칸영화제 공식 섹션인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곡성’은 나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이다. 이 작품은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등의 연기 호흡으로 국내에서도 호평 속 흥행을 누리고 있다. 지난 12일 국내 개봉한 ‘곡성’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19일 현재 ‘곡성’은 3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칸(프랑스)=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