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영화 View] 노인 분장, 성공과 실패…그래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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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해어화' & '사도'

‘해어화’는 실패했고, ‘아가씨’는 성공했다. 노인 분장은 도전 자체로도 박수를 받지만, 결과는 성공과 실패로 극명하게 갈린다. 감독의 연출, 배우의 평소 이미지, 분장 기술력 등이 변수이다.

영화 ‘해어화’에서 한효주는 난생 처음으로 노인 분장에 도전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쯤 등장하는 그의 70대 모습은 너무나 어색해 관객들의 웃음을 샀다. 영화 속 아름다운 외모의 한효주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갑자기 노인으로 변해버렸고, 분장의 퀄리티 역시 높지 않았다.

한효주는 개봉 이후 분장에 대해 좋지 않은 반응을 들은 후 “분장이 주는 불편함이 있을 수 있겠지만 분장을 한 이유가 있었다. 마지막 이어지는 감정선 때문에 내 얼굴로 끝까지 가는게 좋을 것 같았다. 영화적인 설정으로 너그럽게 봐줬으면 좋겠다”며 “스스로 빨리 익숙해지려고 했다. 조명이나 앵글을 어떻게 해야지 더 자연스러울까 많이 생각했다”고 설명했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반면에 최근 메인 예고편에 공개된 ‘아가씨’의 조진웅은 강렬한 이미지로 예비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은교’의 박해일, ‘국제시장’의 황정민 역시 극찬을 받았다. 특히 ‘암살’의 이정재는 뱃살이 두둑한 노인의 몸매까지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고, 드라마 ‘화려한 유혹’ 정진영은 ‘할배파탈’로 불리며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다.

노인 분장의 성공 여부 조건은 실제 배우 나이와 변장하는 배역 나이의 간극이다. 30대 후반에서 40대의 배우들이 70대로 분장했을 경우엔 자연스럽지만, 10, 20대 배우들이 70대로 백발노인으로 분장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한효주는 29세(촬영 당시)에 70대를 연기했고, ‘사도’에서 혜경궁 홍씨를 연기한 문근영과 화완옹주를 연기한 진지희는 각각 28세, 16세 때 60대를 연기했다. 흰 머리와 주름진 얼굴은 아무래도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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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가씨'&'암살'

또 다른 성공 여부 조건은 갑작스런 외모 변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냐다. 주로 극의 흐름 상 노인이 되는 경우, 갑자기 외모가 변하면서 관객의 몰입을 깨트리고 만다. 반면, 캐릭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인 분장을 했을 때는 박수를 받는다. 분장은 하나의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아가씨’ ‘은교’ ‘국제시장’ 경우엔 ‘해어화’ ‘사도’처럼 유년과 노년을 나눠 찍는 것이 아니라 역할 자체가 노인이었다. 이렇게 처음부터 인물이 노인일 경우엔 관객들도 함께 역할에 몰입해 하나의 캐릭터로 받아들인다.

이 경우 배우와 스태프들의 준비 기간도 더 길기 때문에 분장 기술의 퀄리티도 높아진다. 당사자의 고민도 깊어질 수 있어 만족스러운 장면이 탄생하는 것이다. 매 촬영 마다 노인 분장을 하면서 점점 더 배우에게 더 어울리는 분장으로 맞춰나갈 수도 있다. 조진웅은 지난 제작보고회에서 “분장이 쉽지는 않았다. 테스트 할 때부터 많은 과정을 거쳤고, 분장의 퀄리티가 상당하다. 예전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그동안 많은 실험을 거쳐 오면서 시간이 단축돼 나는 4시간 정도 걸렸다. 분장은 내게 큰 힘을 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노인 분장을 한다는 것은 배우들에게도 큰 도전이고, 촬영할 당시 시간적ㆍ재정적 여유가 있어야지 가능하다. 최소 4시간부터 최대 8시간 정도까지 걸리는 노인 분장은 오랫동안 분장을 한다는 압박감 외에도, 전문가나 개인적인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배우들이 때로는 피부과를 다니거나 알레르기 약을 복용해야 하는 등 꽤나 고생스러운 일이다.

한효주는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답답했다. 아침 4시 쯤 시작해서 하루 종일 붙이고 있었는데 본드로 붙여놔서 나중엔 정말 아팠다. 게다가 한 번에 떼어지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서 떼어지기 때문에 나중에는 두려움까지 생겼다”고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노인 분장은 과연 필요한 것일까.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서라면, 출연 배우의 노인 분장보다는 노인 역에 어울릴만한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더 낫다. 그럼에도 노인 분장을 고집하는 스태프나 배우들의 입장은 명확하다. 감정의 흐름 때문이다.

‘해어화’ 박흥식 감독은 “이 영화는 소실점이 있어서 마지막 장면과 대사를 위해 영화가 달려간다. 한효주가 극의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가는데, 마지막 신을 다른 배우에게 넘겨줄 수 없었다. 한효주의 얼굴로 그 대사를 해야만 원하는 느낌이 생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확고하게 말했다.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와 노년의 배우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노인 분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노인 분장의 필요성을 두고 앞으로도 많은 촬영장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정답은 없다.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판단만이 존재한다. 배우나 스태프들도 이를 알고 있다. 단지 ‘꼭 필요한가’라는 고민 앞에서 항상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