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th 칸 리포트㉞] ‘아가씨’에 담긴 박찬욱 감독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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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J 제공

박찬욱 감독이 프랑스 칸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영화 ‘아가씨’에 대한 속이야기를 털어놨다.

15일 오전(현지시각) 프랑스 칸 제이더블유 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영화 '아가씨' 한국매체 인터뷰에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배우 하정우, 김민희, 조진웅, 김태리 등이 참석했다.

박 감독은 이날 원작 소설 ‘핑거 스미스’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핑거 스미스’는 어떤 감독이 읽어도 영화화 하고 싶어 할 것이다. 소설 속 충격적인 반전이나 생생한 인물들을 다 가져올 수는 없지만, 풍속 묘사나 시대상 등을 반영했다. 책을 읽을 때 순간적으로 영화로 보고 싶다고 느꼈던 것은 초반에 아가씨의 이를 하녀가 갈아주는 장면이다. 이를 갈 때 아주 작은 소리지만 까끌까끌한 소리가 난다. 둘이 가까이 있으니까 체향도 나도 숨소리도 느껴지는 그러한 공기를 문자로 읽을 때보다 영화로 보면 얼마나 살아날까 상상했다. 마치 꽃향기가 피어나듯 말이다. 이것 때문에 ‘아가씨’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아가씨’에서 한국 대중문화에서 금기시 하는 ‘동성애’ 코드를 다룬 것과 이들의 정사신이 관객들에게 큰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동성애가 한국 사회에서 일종의 금기라 한다면, 그런 것에 맞서 싸우는 사람을 보여주는 영화도 소중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가씨’에서는 아예 그런 것을 무시하고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라는 식이다. 내가 속여야 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함으로써 두 사람의 정사가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것이다. 저 사람이 좋으니까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나는 통쾌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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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제공

박 감독은 ‘아가씨’를 통해 감정에 충실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담았다. 이것은 사회의 시선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감정이며, 자기의 임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배반하며 감정을 키워가는 가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욕망이 한계점에 이르렀을 때 누가 먼저 솔직하게 털어놓는가의 게임이자, 서로가 그러한 딜레마 속에서 어느 한 순간에 폭발하게 되는 임계점에 나오는 솔직한 감정을 담았으며, 거기에서 주는 희열을 관객들과 공유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성(性)은 인생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사회를 탐구하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의무라면, 성에 대해서는 피해 가기 힘든 중요한 문제다. ‘아가씨’는 진실은 무엇인가 던지는 게 아니라 주인공들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 갈등을 해결하고 처한 조건을 극복하는 투쟁의 과정을 다뤘다. 때문에 깨끗하고 깔끔한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로 제57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박쥐’로 제62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으며, '아가씨'로 다시 한 번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 분)와 그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분),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김태리 분)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 분)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오는 6월1일 개봉 예정.


칸(프랑스)=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