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일감 몰아주기`로 총수 친족회사 부당지원…공정위, 총수일가 사익편취 첫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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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일감 몰아주기`로 현대그룹 총수 일가가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 총 12억85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지난해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을 금지하는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후 처음 이뤄진 제재다.

공정위는 현대증권, 현대로지스틱스가 총수 친족회사인 HST, 쓰리비에 부당지원한 행위를 적발해 총 12억8500만원 과징금을 부과하고 현대로지스틱스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15일 밝혔다.

2012년 현대증권 지점용 복합기 임대차거래 시 HST는 현대증권에 제록스와의 거래 단계에 자사를 끼워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증권은 이를 수용해 HST와 계약을 맺었다. HST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동생, 제부가 주식 90%를 보유한 회사다.

현대증권은 제록스와 직거래할 수 있음에도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HST와 지점용 복합기 임대차계약을 맺으며 10.0% 마진율을 확보해줬다. HST는 제록스와 복합기 1대당 월 16만8300원에 임대차계약을 맺고 현대증권은 다시 10% 마진을 붙여 1대당 18만7000원에 HST와 계약했다. 지원성 거래 규모는 총 4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정창욱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HST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했고 현대증권은 HST를 거래단계에 추가해 마진율 10.0% 만큼 손실을 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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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지스틱스는 기존 거래처와 계약기간이 약 1년 남은 시점에 계약을 중도 해지하고 쓰리비와 3년 동안 택배운송장 공급계약을 맺었다. 쓰리비는 현정은 회장의 조카, 제부가 주식 100%를 보유한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외국 정유업체 에이전시 사업 수행을 위해 설립됐으며, 이번 사건 거래 이전 택배운송장 사업 경험이 없다.

현대로지스틱스가 쓰리비로부터 구매한 택배운송장 단가는 다른 경쟁 택배회사보다 11.9~44.7% 높았다. 쓰리비 마진율(27.6%) 역시 다른 구매대행업체 마진율(0~14.3%)보다 크게 높다.

쓰리비는 3년 동안 현대로지스틱스가 일감을 몰아줘 별다른 사업 리스크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수행했다. 이 회사 시장점유율은 2012년 11.0%, 2013년 12.1%, 2014년 12.4%로 꾸준히 늘었다. 공정위는 택배운송장 시장은 참여자가 모두 중소기업이어서 대기업집단 계열회사가 부당지원을 바탕으로 상당한 마진을 확보한 행위는 공정한 경쟁질서에 미치는 폐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현대증권과 HST에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정을 적용했다. 현대로지스틱스와 쓰리비에는 부당지원행위 규정을 적용했다. 과징금은 현대증권에 4300만원, 현대로지스틱스에 11억2200만원을 부과했다. 부당 이득을 얻은 HST에는 4300만원, 쓰리비에는 7700만원 과징금을 물렸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정 과장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정은 법 시행 유예기간(1년) 경과 후인 2015년 2월 14일 이후 행위만 제재가 가능하고, 지원성 거래 규모가 크지 않아 과징금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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