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은 낯선 외지인이 나타난 후 의문의 연쇄 사건들이 펼쳐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은 마을에서 믿기 어려운 소문을 가지고 있는 외지인 역할을 맡았다.
앞서 나홍진 감독은 쿠니무라 준과 안면이 없는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보내 캐스팅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쿠니무라 준은 “먼저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셨다. 해본 적 없는 역할이라 조금 망설였던 부분도 있는데, 감독님 됨됨이와 시나리오가 재밌다고 느껴져서 100%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쿠니무라 준은 “처음에 받은 시나리오에는 전라 노출이었다. 고민이 될 수밖에 없지 않나. 전라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을 수도 있어서 전라 노출 부분은 수정이 됐다”며 “만약 수정되지 않았더라도 참여했을 것 같다. 대신 남들 보기엔 좋진 않을 것이라고 감독에게 말했을 것이다”고 이야기 했다.
고라니를 뜯어 먹는 신 또한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는 “멀리서 찍어서 실제로 먹는지 안 먹는지 잘 안보이지만, 실제로 육회를 먹었다. 고라니 먹는 장면을 계속 찍었는데 아무래도 비위가 상했다. 원래 육회는 좋아하지만 속이 느글거려서 나 감독에게 말했는데도 두 번만 더 가자고 했다. 이렇게 힘든 현장은 처음이었다”고 고통을 토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쿠니무라 준은 처음으로 한국 감독과 작업하면서 한국 영화 현장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는 “나 감독의 현장이 힘들다는 것은 출연하기로 결정한 후에 알게 됐다. 촬영하면서는 한국 현장은 모두 힘들구나 생각했었다”며 “일본 영화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현재 일본 영화 현장은 감독이 모든 것을 콘트롤 하지는 않는다. 나 감독 현장은 모든 것을 콘트롤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고 말했다.
나 감독의 현장은 한국에서도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얼마 전 나 감독은 “쿠니무라 준이 동료들에게 다시는 한국영화 하지 말라는 조언을 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셀프 디스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쿠니무라 준은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고 웃더니 “일본에 가면 터프하고 육체적으로 힘든 경험을 했다 정도로 말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하자고 하면 생각해 볼 것이다. 이번 영화보다는 한계점이 빨리 올 것인데 감독님이 수용해준다면 나도 고려할 것이다”고 말해 폭소케 했다.
이어 쿠니무라 준은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 등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해 “모든 한국 배우들은 미리 철저하게 준비해오고 현장에서 성실하게 임해 프로정신을 느꼈다. 곽도원은 미리 많이 준비해 오지만 현장에서 요구하는 대로 또 잘 바꾼다. 곽도원이 변하면 내 캐릭터도 변하게 되는데 서로 캐치볼처럼 주고받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말했고, “황정민과는 함께 찍은 신이 있었는데 편집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배우분들과 촬영하면서 굉장히 즐거웠다. 섭외가 들어오면 다시 해보고 싶다. 다만 일본인이 적이다, 나쁘다는 설명을 가진 캐릭터라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중성적인 상태에서 변화할 수 있는 캐릭터라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곡성’은 한국 영화 중에서도 독특한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을 일본인들은 어떻게 볼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나 감독 작품의 특징은 스토리와 상관없이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기승전결에 따라서 생각하면 이야기를 알 수 없다. 그냥 단순히 영화의 흡입력을 따라서 즐겨야 하는 영화다. 이렇게 볼 관객들이 일본에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접근 방법으로 영화를 본다면 즐길 수 있을 것이다”고 이야기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곡성’이 제69회 칸 영화제에 가는 것에 대해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칸 영화제는 처음으로 가는 것이고, 게다가 외국 영화로 가게 돼 기대가 많이 된다”고 전했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