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초점] ‘엽기적인 그녀2’,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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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엽기적인 그녀2' 포스터

한국 영화의 한류를 이끈 작품 ‘엽기적인 그녀’가 대륙을 겨냥한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그러나 개봉도 하기 전에 이 작품은 팬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지난 2001년 개봉해 488만 명의 관객을 모았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준 영화다. OST인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I belive)’를 포함해 견우(차태현 분)와 ‘그녀’(전지현 분)가 지하철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 교복을 입고 클럽에 당당하게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 등 노래 한 곡, 장면 하나 하나가 소중한 작품이다. 특히 ‘견우야, 미안해’라는 대사는 14년 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패러디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가 속편 제작으로 추억을 망치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2'는 ‘2’라는 숫자가 붙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 전편-속편 개념보다는 원작-아류작이라는 개념이 더 어울릴 듯싶다.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그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속편에서는 ‘그녀’가 바뀌는 것도 모자라 이전의 ‘그녀’를 비구니로 설정하는 등 황당함을 자아낸다. 이에 대해 지난 26일 차태현은 SBS 라디오 ‘컬투쇼’에서 “전지현 씨를 좋아하시는 팬들이 실망하셨을 것이다. 어차피 욕먹을 걸 알고 했지만 죄송하다”고 이야기 했다.
그래도 기대했던 것은 기존의 ‘엽기적인 그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그녀’인 빅토리아는 평소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4차원 매력과 애교를 선보이며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했고, 무용을 전공해 자연스러운 액션신을 소화할 수 있는 인물로, ‘엽기적인 그녀2’에 대한 기대치가 처음부터 낮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 빅토리아가 매일 다른 나라의 옷을 입고 해당 음식을 차려주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예고편이 공개된 후 대중들의 반응은 급속하게 냉소적으로 바뀌었다. 그의 어눌한 한국말은 짧은 영상마저도 몰입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더불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후지이 미나 등 한국어에 서툰 또 다른 여배우의 모습까지 예상 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면은 한국 관객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은 한중합작 영화로, 우리나라보다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느낌이 강하다. 전작의 감성적인 부분보다 액션 등을 추가해 옛 중국 액션 코믹 영화 스타일로 재탄생돼 생소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이미 특유의 스타일로 한류를 이끌었던 이 영화를 굳이 대륙판으로 바꿔야 했을까. 이미 ‘엽기적인 그녀2’는 지난 22일 중국에서 개봉했고, 배우들은 무대 인사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27일 중국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개봉작 중 4위를 차지하는 등 딱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는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재 한국에서는 개봉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 25일 정오에 시사회 일정과 개봉 날짜 모두 갑자기 바뀌는 일이 발생했던 것. 심지어 당시 30분 전만 하더라도 확정됐던 일정이 갑자기 바뀌어 많은 이들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배우들 역시 이미 짜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차태현은 ‘컬투쇼’에서 “개봉 날짜를 모르고 홍보하는 것은 처음이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히어로 12명이 너무 세게 들어왔다”며 할리우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언급하며 “그들에게 2주 정도 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 영화 개봉은 5월 둘째 주가 좋을까, 셋째 주가 좋을까?”라고 물어 폭소케 했다.
하지만 이는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개봉 날짜가 미뤄질수록 관객들의 기대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오는 5월에는 또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를 비롯해 한국 영화 ‘곡성’ ‘아가씨’ 등이 개봉할 예정이기에 ‘엽기적인 그녀2’가 개봉 시기를 바꾸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