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만 휴대폰 다단계업자 축소···피해사례는 여전

35만명으로 추정되는 휴대폰 다단계 판매원(가입자) 증가 추이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피해 사례는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휴대폰 다단계 양성화를 위해 내놓은 판매 지침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더 철저한 감시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등록된 다단계 판매원은 약 30만명으로 파악됐다. 비등록 판매원까지 합하면 35만명 정도가 다단계 판매원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LG유플러스(26만명)는 지난 6개월 동안 전체 다단계 가입자가 6만명 증가했다. 매달 평균 1만명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9월 이전 매달 2만~2만5000명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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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다단계 판매원(가입자) 증가세가 절반으로 준 반면 피해 사례는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휴대폰 다단계 양성화를 위해 내놓은 판매지침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더 철저한 감시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9월 휴대폰 다단계 업체에 과징금(23억7200만원)과 과태료를 부과하고 11월부터 `이동통신 서비스 다단계 판매지침`을 시행한 게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방통위는 다단계 판매원 사전 승낙, 지원금(수수료) 과다 지급 제한, 개별계약 체결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 준수 사항을 제시했다.

당시 시장 전망은 엇갈렸다. 일반 유통점은 다단계가 제도를 등에 업으면서 시장이 커지고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반면에 방통위는 시장이 투명해지고 수수료 과다 지급이 제한돼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입자가 감소하면서 지금까지는 방통위 전망이 들어맞고 있다.

문제는 휴대폰 다단계로 인한 피해 사례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에 따르면 피해 사례 민원이 매주 2~3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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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T는 지난해 말 휴대폰 다단계 판매원 대상 임시 사전승낙서 발급을 시작했다. 사전승낙서 발급 가이드라인 화면.

사례도 다양하다. 최근엔 75세 노인이 자녀에게 막무가내로 신분증을 요구한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친구나 지인에게 가입을 권유하다가 연락이 두절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8만~9만원대 고가 요금제에 가입했다가 금전 부담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시민 단체뿐만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 커뮤니티에도 피해 사례를 호소하는 글이 적지 않다.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가입자를 속이는 허위·과장광고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서영진 서울YMCA 시민중계청 간사는 “처음엔 일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지만 실적 유지를 하기 위해 결국 금전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예전엔 이게 피해인지를 인지하지 못하던 일반 소비자가 많았지만 이를 인지하면서 당사자나 지인으로부터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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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정부의 다단계 판매 지침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원금 과다 지급 제한으로 시장이 축소됐어도 대면 판매로 이뤄지는 다단계 특성상 불법을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불법을 일으키는 핵심 판매원의 활동은 여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속한 사전승낙제 정착과 함께 더욱 철저한 감시·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게 통신업계의 주장이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유통망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정부 제재로 다단계 판매 가입자가 크게 준 건 맞지만 최근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불법 근절이 어렵다면 전문화돼 가는 유통 시장에 다단계가 꼭 필요한 채널인지 근본적 고민을 해 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휴대폰 다단계 논란 일지 (자료:업계 종합)>

휴대폰 다단계 논란 일지 (자료:업계 종합)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