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초점] 이창명 교통사고, 의문점 셋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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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자신문 DB

음주운전 교통사고 혐의를 받고 있는 개그맨 이창명이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생긴 여러 의혹에 대해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뭔가 석연찮다.

이창명은 지난 20일 오후 11시30분경 자신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서울 여의도 빗길에서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후 그는 잠적했고 매니저가 사고 뒷수습을 하며 음주운전 의혹이 제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고차량의 소유주명으로 인해 불거진 탈세 의혹까지 겹쳤다.

사고 당시 종적을 감췄던 이창명은 다음날인 21일 오후가 돼서야 소속사를 통해 경찰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날 오후 8시10분경 서울 영등포 경찰서에 출두했다. 조사는 4시간 20분 정도 진행 됐다.

경찰서에서 모습을 나타낸 이창명은 본인이 받고 있는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하지만 그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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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문점 1. 빗길에 미끄러진 단순 사고 vs 음주운전 사고

교통사고를 낸 이창명은 본인이 직접 사고 수습도 하지 않은 채 한나절 동안 자취를 감췄고, 음주운전 조사를 받지 않기 위해 잠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에 “나는 술을 못 마신다. 단순히 빗길에 미끄러져 일어난 사고일 뿐”이라며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한 그는 조사를 마친 후에도 “채혈 검사까지 했다”고 밝히며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는 수거됐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사고 직후 찾아간 병원은 이창명에게 술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사고 발생 전 들른 것으로 알려진 음식점 주인 또한 그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본 적 없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모든 정황을 놓고 봤을 때 이창명의 행동은 의심스럽기만 하다. 특히 고가의 자동차가 반파됐음에도 불구, 수습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두고 사라졌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고가 일어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그의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채혈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창명의 채혈 결과는 2~3일 정도 지난 뒤에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난 지 꽤 시간이 흐른 후 진행한 검사였던 만큼 결과가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을 품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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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문점 2. 사고 발생 후 20시간의 행적

이창명은 사고 직후 사라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에어백이 터질 정도로 큰 사고였다”며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가슴 통증이 심해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고 대답했다.

병원에서도 이창명의 진료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병원에서 나온 후 향했다고 주장한 곳은 사고 현장이 아니라 대전이었다.

이창명은 “투자 이야기가 오가는 중요한 사업 미팅이 있어 대전에 꼭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차가 사고로 망가진 상태라 지인의 차를 같이 타고 갔다”고 급하게 대전으로 향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럼에도 사업 때문에 1억 원이 넘는 고가의 차를 놔두고 대전에 간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힘든 부분이 있다. 이와 함께 더욱 의심을 증가시키고 있는 건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져 꺼놨다는 그의 진술이다.

중요한 사업 미팅이 있는 사람이 장시간 연락두절이 된 상태로 있었다는 점과 충전을 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았던 점, 유선전화로 사고 수습 관련 상황을 물어볼 의도도 없었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경찰 조사를 받겠다고 밝힌 후 대전에서 서울까지 오는데 5시간씩이나 걸렸다는 점도 찜찜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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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문점 3. 사고차량 소유주 ‘한국문화공연’의 실체

음주운전 여부와 별개로 사고차량의 소유주 이름이 이창명이 아닌 한국문화공연이라는 법인으로 돼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문점이 생겨났다. 일명 대포 차량을 타고 다닌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이창명은 지난 21일 오후 경찰 출두 당시 "제가 공연사업을 하고 있는데 회사명이 한국문화공연이다. 할부금도 400만 원 정도 남아있다”며 “대포 차량이 절대 아니다”라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의문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2일 한 매체는 한국문화공연 법원 등기를 확인했는데 사무실 주소가 개인이 5개월 전쯤부터 살던 주택이었고, 회사 대표 전화번호 또한 일반 가정집의 30년 된 전화번호였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점들을 미뤄봤을 때 한국문화공연은 실존하는 법인이 아닌 페이퍼 컴퍼니(물리적인 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 회사가 탈세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이창명은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